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정부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임금인상 압력의 요인이 과도한 사교육비라고 지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경제논리로 망국적인 과외비 절감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백년대계라는 교육문제에 경제부처가 나서는 게 바람직한가, 혹은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제쳐 두고 사교육의 경제논리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경제논리의 핵심은 역시 수요와 공급일 것이다. 그동안 사교육 대책의 초점은 과외와 학원을 규제하는 공급측면에 맞춰져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런 일시적이고 대증적 대책이 아니라 수요에 관한 접근이다. 즉 사교육 메커니즘의 실효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부모님들의 사교육에 관한 두터운 편견을 바꿀 수 있다면 사교육비는 3분의 1로 줄 것이라는 게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에서 수험생클리닉을 하면서 이르게 된 결론이다.가장 큰 문제는 선행학습이다. 심한 경우 고교 과정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행학습 시킨다. 어린 머리로 고난도 수학을 배우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즉각 필요치 않다는 것도 알게 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4∼5년이나 앞서 배우니 학교에서 배울 때쯤엔 머리 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선행학습은 학원의 상술과 부모님들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다. 학원이나 입시설명회에 가면 아이를 이렇게 방치하고 어떻게 대학을 보낼 수 있겠느냐는 위협에 직면한다. 전문가인 학원 선생님들이 겁을 주고, 주변에서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면 혼자 버틸 재간이 없다. 조금만 늦어도 도태된다는 강박관념까지 생기면서 학원판을 전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제 때 1개월만 배워도 충분한 내용을 선행학습이란 명목 하에 6개월 이상 배우는 것은 낭비이다. 초등학교 취학전부터 배우는 영어도 그렇고, 특목고를 대비한다며 배우는 수학도 마찬가지다. 결국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데 돈과 시간은 엄청나게 쓰고 '공부는 지긋지긋한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
수능의 공부량은 1980년 이전의 본고사에 비해 50%, 학력고사의 60∼70% 정도에 불과하다. 세 시험을 모두 준비해본 경험상 수치다. 이렇게 적은 양을 공부하느라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퍼붓고 대학입학 때는 '단군 이래 최저학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나치게 빠른 선행학습, 그로 인한 철저히 수동적인 학습태도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다.
부모님들은 사교육시장의 메커니즘을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학습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예습과 복습 그리고 학교공부라는 가장 단순한 기본이 학습에서 왕도라는 얘기다.
/황&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컨설턴트 hwangn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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