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부여 등 고도(古都)의 문화유적을 보호하면서 그에 따른 각종 규제로 인한 주민 피해도 최소화하기 위한 고도(古都)보존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여 이들 지역 주민의 민원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지난해 말 국회 문광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에서 경주 지역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보류됐었다. 경주의 고도보존특별법 추진 범시민연합(이하 범시민연합)은 전액 국가 부담으로 돼있던 정비·보존 사업비 규정이 전부 또는 일부만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는 등 국회 심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정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의자인 한나라당 김일윤 의원 측이 주민 설득에 나서고 경주시의회가 14일 법안 지지를 표명하는 등 지역 여론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이 특별법안의 '고도'는 '경주·부여·공주·익산과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고도 안에 '특별보존지구'와 '역사문화환경지구'를 새로 지정하고 이 지구의 보존계획은 주민 의견을 들어 세우게 되어있다. 지정지구 내 건물·시설의 용도나 현상 변경, 도로 개설 등은 문화관광부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역사문화환경지구 내 건조물의 내부 개·보수는 외관을 바꾸지 않는 한 허가 없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없는 '매수청구권' 신설 등 주민 피해 보상 규정이다. 지정지구 내 각종 행위 제한에 걸린 건물·토지 등의 소유주는 고도보존계획의 사업시행자에게 이들 재산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으며, 사업시행자는 이를 매수해야 한다. 사업시행자는 문화부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이 지정하고, 보존사업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결국 주민의 사유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셈이다. 수용된 토지·건물의 주민 이주대책 마련, 지정지구 내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세 감면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이 법의 제정은 특히 신라의 고도인 경주 주민들의 20여 년 숙원이다. 시 전역에 신라 고분 등 문화재가 분포된 상황에서 주민들은 집이 낡아도 문화재보호법에 걸려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고 이주조차 어려운 불편을 겪어왔고 그로 인해 "문화재 때문에 못살겠다"는 원성이 높았다.
입법을 주도해온 김일윤 의원 측은 "미흡한 점은 있겠지만 유적 보호와 주민생존권 보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합리적인 법안"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매수청구권 신설 등 조항은 문화재 보호를 앞세워 주민 피해를 도외시해온 기존 문화재 정책에서 진일보한 획기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국회 수정안에 반발했던 범시민연합도 수용론으로 기울고 있다. 조관제(61) 범시민연합 위원장은 "아직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만한 법을 만들기도 어려우니 일단 통과시킨 뒤 시행령에서 주민 의견을 좀 더 반영하는 쪽으로 보완되도록 노력하자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1년 후인 2005년 2월부터 시행된다. 국회 분석에 따르면 경주 지역의 경우 이 법 시행에 따른 기초 조사·보존 정비·이주·문화재 복원 등 에 1조 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