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원도 인제/느껴봐! 겨울本色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원도 인제/느껴봐! 겨울本色

입력
2004.01.28 00:00
0 0

겨울이 매섭다. 한동안 추위다운 추위가 없다 했더니 역시 계절은 못속인다. 막바지에 이르러 돌연 엄습한 동장군. 춥다고 움추리고만 있을건가. 강원 인제군으로 떠난다. 그 곳에는 뼈 속 깊이 스며드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겨울을 즐기는 다양한 '진동(眞冬) 체험'이 기다린다.소양호 빙어낚시

강원 인제군 남면 신남선착장 앞 소양호 상류.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인제 내린천에서 흘러든 물이 모이는 곳이다. 규모만 300만평이다. 이 물은 다시 춘천을 거쳐 북한강과 합류한다.

평소에는 주변의 빼어난 풍물을 보기위해 찾아온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이 터줏대감이지만 겨울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께 20∼30㎝의 얼음빙판 아래 서식하는 빙어들이 주인공이다. 여름내 강바닥에 숨어있던 빙어는 찬 바람이 불고 강물이 얼기 시작하면 수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다.

덩달아 낚시꾼과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방문이 잦아진다. 하지만 굳이 빙어를 잡겠다는 의지는 없다. 그냥 한나절 즐기고 가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이들이 가지고 온 준비물을 보면 거의 한살림이다. 가스버너에 냄비, 라면, 김치, 소주, 초고추장까지….

빙어를 낚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끌을 이용, 빙판에 지름 20㎝ 가량의 구멍을 낸 뒤 구멍속으로 낚시줄을 드리우면 끝이다.

40대 중반의 한 아저씨가 낚싯대를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인다. 30분이 지나지 않아 빙어 한마리가 걸려 나온다. 기껏해야 10㎝를 넘지 않는다. 빙어를 초고추장에 담그더니 한입에 삼킨다. 소주 한잔 곁들이고, 아직 익지 않은 라면국물 한 숟가락을 더한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 눈에 산다.

빙어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만 살고 크기도 작아 뼈채로 한입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린내가 없고 칼슘, 단백질 등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하지만 빙어를 잡아 배를 불리기는 힘든다. 종일 잡으면 20마리 이상 건질 수 있지만 그래 봐야 한 움큼도 안 되기 때문이다.

빙어를 제대로 먹으려면 이 일대 어민들이 호수가에 마련한 음식촌으로 간다. 1만원짜리 빙어튀김 한접시면 100마리도 넘는 빙어를 맛볼 수 있다. 살아있는 빙어를 야채와 초고추장에 버무려내는 빙어무침도 별미. 초밥·회·죽 등 요리방법도 다양하다.

빙어낚시가 지루하다 싶으면 낚시터는 이내 썰매장으로 변한다. 호수가에 썰매를 대여해주는 업소가 널려있다. 1인당 하루 대여료는 5,000원이지만 2명 이상이면 싸게 해준다. 엄마는 썰매를 밀고 딸은 신나게 썰매를 지치며 저 멀리 달려간다. 돌아올 때엔 둘의 위치가 바뀐다. 무척 정겹다.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는 인제군이 마련한 '인제 빙어축제'가 열려 빙어낚시대회, 얼음축구, 어린이썰매대회, 중국기예단 공연, 빙상컬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빙판을 수놓는다. 031-460-2081∼2.

보다 짜릿한 겨울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호수옆에 설치된 이글루를 찾는다. 얼음 1만여개로 지은 100여개의 이글루는 색다른 겨울을 체험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에스키모인들의 생활공간인 얼음집 이글루는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내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겉보기와 달리 따뜻하고 안온하다. 한국자연생태탐사단이 '인제 빙어축제'의 하나로 얼음조각전, 이글루체험 등 얼음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033-461-0840.

용대리 매바위 빙벽등반

인제는 내린천 래프팅과 번지점프 등으로 여름철 레포츠의 메카로 자리잡은 곳이다. 내린천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로 접어들면 인제는 또 다른 레포츠의 세계로 안내한다. 빙벽등반이다.

신남저수지에서 인제 시내를 지나 미시령과 진부령으로 갈라지는 용대삼거리 앞에서 매바위와 만난다. 2002년 높이 90m의 매바위 아래를 흐르는 북천의 물을 꼭대기로 끌어올려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겨울에는 이 폭포가 얼면서 지난 해부터 빙벽등반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마니아와 애호가들은 물론 초보자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폭포아래에서 보는 빙벽은 아찔하다. 90도에 가까운 깎아지른 절벽이다. 노련한 전문가의 빙벽타는 손놀림이 신기하기만 하다.

"빙벽은 암벽에 비해 미끄러운데다 얼음이 깨질 우려가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짤막한 강의가 이어진 뒤 초보자들의 빙벽타기가 이어진다. 하얀 빙벽을 오르는 울긋불긋한 등산복이 이채롭다. 그 뒤로 햇살이 비친다. 눈이 부신다. 아, 한 폭의 수채화.

/인제=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가는 길

서울에서 6번 국도를 따라가다 양평을 지나면서 44번 국도를 갈아타고 홍천을 거쳐 인제군 신남선착장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중부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방면으로 가다가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북상, 홍천IC에서 나와도 44번 국도와 만난다.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인제행 버스가 매일 27차례, 상봉동터미널(02-435-2122)에서 32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 3시간. 인제버스터미널(033-463-2231)에서 하루 8차례 빙어축제 행사장으로 셔틀버스가 오간다.

숙소

인제에는 호텔은 물론 콘도도 아직 없다. 여관이나 민박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소양호 인근에 구림장(033-461-6017), 국제장(461-6172), 샹그릴라정(461-8167), 용대리에는 나운터여관(462-9222), 델리파크 (462-6647) 등 장급 여관이 있다. 산림청에서 직영하는 용대산 자연휴양림(462-5031)은 콘도형 원룸으로 깔끔한 시설에 비해 가격이 싸다. 주중에는 여유가 있지만 주말이면 예약이 필수다. 용대삼거리에서 진부령방면으로 2㎞ 가량 가다 보면 만난다.

인제군청 관광홈페이지(http://www.inje.gangwon.kr/main/tour/)에 들어가면 250여개의 민박집 현황을 알 수 있다.

■"물 좋은 약수 여기 다 모였네"

인제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약수터 탐방이다. 필례, 방동, 남전, 개인 등 4군데의 약수터가 유명하다.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탄산성분이 있다. 설탕만 타면 청량음료와 비슷한 맛을 내기 때문에 여름철 내내 인파로 붐빈다. 지금은 인적이 거의 없고 을씨년스런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그래서 더욱 가볼 만 하다. 약수터로 가는 길도 하나같이 절경이다.

필례약수는 영화 '태백산맥'의 전투장면을 촬영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강원도의 한 가운데라는 합강정 앞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눈 덮인 내린천의 풍광에 빠져 한참을 달리면 한계령으로 가는 길목이 나오고 이 도로를 타고가다 보면 약수터를 만난다. 약수터 주위에 붉은 녹이 잔뜩 묻어있을 정도로 철분이 많다. 탄산기포가 올라오는 모습도 눈에 띈다. 피부병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주변을 지나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방동약수는 '한국의 명수'로 불린다. 필례약수와 성분은 비슷하지만 물맛이 깔끔하다. 역시 31번 국도를 따라 내린천 상류를 거쳐 418번 지방도를 갈아타면 방태산 자연휴양림 가기 전에 있다. 300여년전 심마니가 60년 된 씨가 달린 산삼을 캔 자리에서 약수가 솟아났다고 한다. 인근에 방태산 휴양림, 방동계곡, 진동계곡 등 경치 좋은 곳이 많아 연계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남전약수는 신남선착장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2㎞ 남짓 달리면 오른편에 있다. 약수를 복용하자 배탈이 나았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많이 찾고 있다. 국도변에 있어 휴식을 겸해 잠시 들르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개인산 자락에 위치한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국내 약수터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고지대에 위치한 만큼 오염 우려가 없고 철분, 칼슘, 칼륨, 불소,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 약수터 앞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내린천의 원류이기도 하다. 여기에 100년 묵은 잣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이 우겨져 절경을 이룬다. 31번 국도로 상남방면 446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개인약수터 입구가 나온다. 도로에서 1㎞ 이상 걸어야 해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흠.

/한창만기자

■칼바람 견디며 황태는 "겨울꿈"을 꾼다

겨울 인제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황태덕장이다. 황태는 명태를 말리는 과정에서 색깔이 노랗게 된 것을 말한다. 많은 물고기 중에서 명태 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것도 드물다.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얼리지도 말리지도 않으면 생태라고 한다.

빙벽등반으로 유명한 용대리 일대는 원래 겨울철 황태덕장으로 더욱 이름있는 곳이다. 차를 타고 용대리로 접어들면 도로 변에 널려있는 황태덕장의 모습과 비릿한 냄새가 눈과 코를 파고 든다.

이 곳에 덕장이 생긴 것은 1960년대 초 청진과 원산지역 피난민들이 고향과 날씨환경이 비슷한 이 곳에서 명태를 말리면서부터. 매년 12월말부터 동해안 거진항에서 명태의 배를 가른 뒤 이 곳으로 운반한다. 민물에 깨끗이 씻은 뒤 두마리씩 코를 꿰어 덕장에 걸어 두고 겨우내 얼렸다 말렸다를 반복하면 명태살이 연해진다.

용대리는 겨울에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고 낮에는 영상기온을 유지하는 등 일교차가 커 황태를 만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바람이 거세 자연건조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자연조건으로 인해 인제에서 생산되는 황태는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며 노란빛을 띤다. 일교차가 크지 않거나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말린 명태는 딱딱하고 색깔도 검어 쉽게 구별된다. 현재 전국 황태덕장의 70%가 이 곳에 밀집해있다. 30여 가구에서 매년 400여만마리의 황태를 생산해낸다. 올해는 날씨가 춥지 않아 말리는 작업이 예년에 비해 다소 늦은 올해 초 시작됐다. 다행이 최근 이 지역 날씨가 크게 떨어져 맛있는 황태를 기대해볼 만 하다.

황태의 맛은 날씨가 80% 결정한다. 황태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나머지 20%는 돌보는 사람의 손길이다. 잘 건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 33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흔히들 황태의 으뜸을 노랑태라고 한다. 껍질과 속살에 노르끼리한 색이 감돌고 약간 딱딱한 스펀지를 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마치 방망이로 두들긴 것 같지만 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조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황태는 일반 생선보다 저지방이며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 술국이나속풀이 등 숙취에 특효가 있고 간장해독, 혈압조절, 인체노폐물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용대리에서는 찌개, 조림, 찜, 전, 구이, 국 등 다양한 형태로 요리된 황태를 맛볼 수 있다.

이 일대 대다수 음식점에서 직접 말린 황태를 내놓고 있다. 황태구이 정식 7,000원, 황태국 5,000원, 황태찜 3만원선. 요리에 자신이 있다면 용대리에서 황태를 택배로 구입해 집에서 요리할 수도 있다. 전골찜용 황태 10마리 2만4,000원, 구이용 황태포 10마리 1만6,000원, 무침해장국용 500g 1만5,000원. 설원농산(033-461-3996) 설악전통식품(461-0014) 내설악전통식품(462-5906) 북설악전통식품(080-002-8989) 황태세상(462-7889) 등이 유명하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