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리 애거시(미국)는 호주에만 가면 펄펄 난다. 35세의 백전 노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1988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거둔 메이저 8승 가운데 4승을 모두 호주오픈에서 챙겼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호주오픈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는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스스로를 "반 호주인(Half Australian)"이라고 소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올해의 호주오픈도 예외가 아니었다. 애거시는 멜버른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번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낚았다.
애거시는 27일 열린 8강전에서도 상대 선수인 세바스티앙 그로장(프랑스)이 2세트 경기 도중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기권한 덕분에 4강에 가볍게 안착, 통산 5번째 호주오픈 정상 제패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날 8강전에서도 특유의 자로 잰듯한 스트로크를 상대 코트에 퍼부어 1세트를 6―2로 가볍게 따냈고, 2세트도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애거시는 "그로장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렇게 경기가 끝나 안타깝지만 팬들은 그를 이해할 것이다"라며 그로장을 위로, 대스타다운 면모를 보였다. 애거시는 세계랭킹 1위인 앤디 로딕(미국)에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마라트 사핀(러시아)과 결승행을 다툰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2000년 US오픈 우승자인 사핀은 로딕을 상대로 19개의 서브에이스와 61개의 위닝샷을 터트리며 승리했다.
한편 여자단식 8강전서는 톱시드의 쥐스틴 에넹(벨기에)이 5번시드의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를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에넹은 1세트 초반 4게임을 잇달아 내주는 등 고전했으나 이후 특유의 빠른 서비스와 위력적인 백핸드 스트로크가 살아나면서 2―0(7―5 6―3)으로 낙승했다. 에넹은 지난 대회 8강전에서도 데이븐포트에게 뒤지다가 2―1로 역전승한 바 있다.
32번 시드의 줄루아가(콜롬비아)도 아밀리 모레스모(프랑스)가 허리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바람에 콜롬비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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