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사와 코스닥 등록업체의 결합이 늘고 있는데 이어 26일 명필름(대표 심재명)과 강제규필름(대표 최진화)이 상장기업인 세신버팔로와의 결합을 통해 증권거래소에 진출한다고 발표, 영화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비록 우회상장이기는 하지만, 주식교환이 확정되면 4월부터 증권거래소 사상 처음으로 영화사 주식이 거래된다.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은 수공구(手工具) 제조업체인 세신버팔로와 주식 맞교환 방식을 통해 상장할 계획이다. 세신버팔로가 신주를 발행, 명필름 주주에게 주당 2.2197주, 강제규필름 주주에게 주당 1.8567주를 배정한다. 상대적으로 기업 실적이 우량한 명필름 주주가 강제규필름 주주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받는다. 이에 따라 명필름의 대주주인 이은 감독, 심재명 대표, 심보경 이사가 17%, 강제규필름의 대주주인 강제규감독이 10.8%의 지분을 갖게 되며, 세신버팔로는 'MK버팔로'로 이름을 바꾼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2002년 코스닥에 등록하려 했으나 영화제작사의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며 "안정적인 자금 확보, 강제규필름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결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이 제조업체와 결합한 것은 영화사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겨냥한 것이다.
영화사와 코스닥 등록업체의 결합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싸이더스(대표 차승재)가 보안기술회사인 씨큐리콥에 40억원에 인수됐고, 영화제작과 매니지먼트를 겸하고 있는 싸이더스HQ(대표 정훈탁)도 지난해 11월 라보라에 일부 지분을 양도했다.
그러나 영화제작사와 거래소, 코스닥 상장업체의 결합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산업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영화 한 두 편의 흥행에 따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확보 기회가 널뛰기를 하는 등 안정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장기적인 호황 산업으로 점쳐지면서, 업종 전환이나 확장을 노리는 기존 제조업체나 코스닥 등록 업체의 영화사에 대한 러브콜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영화제작사들은 기존에 투자를 받아온 영화 투자사나 배급사와의 관계를 끊고 전혀 다른 업종과의 결합을 모색하는 것일까.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영화 제작사는 '명분있는 이익'을 원하는 집단이다. 반면 투자, 배급사들은 안정적인 이익의 회수만을 원한다. 최근 2년간 투자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한 영화는 대부분 액션 코믹 영화였다. '살인의 추억' '실미도' '말죽거리 잔혹사' 등 진지한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투자사의 마인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며 영화제작사가 기존 투자, 배급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심재명 대표도 "2002년 몇 편의 영화 실패 후 '바람난 가족' 등의 투자를 받는 데 애를 먹었다"며 "기업 결합은 영화사의 고유 성격을 지키며 영화를 만들려는 의지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90년대 중반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자금의 영화 진출, 90년대 말 금융자본의 영화 진출로 영화 산업의 볼륨이 커졌으나, 단기 이익을 좇는 자금의 부동화(浮動化) 현상이 심화되면서 영화제작사의 독자적인 활로 모색을 부추겼다는 말이다.
싸이더스, 명필름, 강제규필름 등 자금원을 확보한 영화제작사는 장기적으로 본격적인 투자배급사 진출 등 전반적 사업 확장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시네마서비스의 대주주인 강우석 감독이 지주회사인 플레너스에서 독립하는 한편 쇼박스, 온미디어채널과의 연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영화계는 급격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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