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73)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27일 구속됨으로써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19년 동안 IOC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 부위원장은 우선 IOC로부터의 제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IOC로부터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김 부위원장은 몸까지 자유롭지 못하게 돼 구명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IOC 위원직의 제명 여부는 8월 열리는 제116차 IOC총회에서 결정된다.
김 부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할 경우 세계 10위권을 지켜온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한국은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이 위축됨은 물론 향후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취임하며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김 부위원장은 1986년 IOC위원에 당선된 뒤 태권도의 세계적인 영향력과 탁월한 외교 수완으로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2001년에는 IOC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국제스포츠계의 거물이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제명될 경우 한국은 이건희, 박용성 위원 등 2명의 IOC위원을 보유하게 돼 입지가 약화된다. 김 부위원장은 개인자격으로 IOC위원에 선출됐기 때문에 한국에 IOC위원 쿼터가 다시 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중국의 우슈와 일본의 가라테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 여부는 내년 2월 IOC총회에서 결정된다. 또 공석중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의 후임 총재도 자칫 외국인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분간 김 부위원장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사태를 한국 체육계가 새롭게 거듭나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체육계는 앞으로 특정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재 양성을 통해 스포츠 외교를 다변화 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