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계에 기존 CF를 패러디한 CF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CF는 그동안 많았지만, CF를 직접적으로 풍자한 CF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국내 CF업계에서 최초의 본격적인 패러디 CF는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야쿠르트의 컵라면 '왕뚜껑' CF(사진 위). 흥겨운 배경 음악과 감각적인 영상의 SK텔레텍 스카이 뮤직폰 CF(사진 아래)를 절묘하게 패러디한 이 CF는 방영되자마자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왕뚜껑 CF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살짝 내용을 비틀어 폭소를 자아내는 패러디의 원칙에 충실하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메리 블리지의 '패밀리 어페어'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코믹한 분위기의 남자모델(최성호)이 춤을 추며 등장한다.
하지만 남자모델은 물론 아슬아슬하게 몸을 비비며 춤을 추는 등장인물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왕뚜껑 컵라면. 벽에 기대고 있는 요염한 여자 모델(현영)에게 다가선 남자모델이 원작의 "같이 들을까" 대신에 "같이 뚜껑 열까"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폭소가 터진다. 당연히 원작 카피인 '스카이, It's different!'도 '왕뚜껑,, It's delicious!'로 바뀌었다.
이 CF를 제작한 광고대행사 코마코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라면 CF에서 벗어나 젊은이 취향에 맞는 획기적인 기획을 생각하다 패러디 CF를 만들었다"면서 "과감한 시도를 인정해준 야쿠르트측과 패러디를 기꺼이 허락해 준 스카이 뮤직폰 광고주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CF를 패러디한 CF의 시작은 지난해 가을 방영됐던 롯제제과의 '맛있구마' CF(대홍기획 제작). 1989년 처음 선을 보인 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이 선명한 롯데칠성 델몬트 CF '따봉편'을 패러디 한 이 광고는 원작에 나왔던 성우 김종성씨의 목소리를 통해 "여기는 고구마의 원산지. 이곳에선 정말 맛있는 고구마를 보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맛있구마." 라는 카피로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앞서 대홍기획은 화장품 '꽃을 든 남자'의 광고를 패러디한 '팬티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내용의 극장용 속옷 CF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 광고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광고업계에서는 독창성이나 창조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광고를 패러디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면서 "패러디 CF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앞으로 이 같은 경향이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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