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정치권의 화두인 헌법 개정 논의의 포인트는 '자주'다. 집권 자민당 창당정강은 '독립체제의 정비'라는 항목에 "현행 헌법의 자주적 개정을 실현, 집단안전보장 체제 아래에서 국력과 국정(國情)에 상응하는 자위군비를 정비해 외국군대의 철수에 대비한다"고 밝히고 있다. 점령 미군이 만든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므로 곧 '자주헌법 제정'이라는 것이다.현행 헌법 하에서는 동맹국이 공격을 당할 경우 공동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도 금지돼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헌법해석이다.
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자는 것이 자주헌법 제정론의 핵심이고, 오래 전부터 미국도 이를 요구해왔다. 일본에 안보 무임승차를 허용했던 미국이 이젠 일본도 미국 안보에 기여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일본을 지키는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으면 자위대도 미군과 함께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개헌론의 선봉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이 나라를 지킬 결의'라는 대담집에서 "미일 관계를 대등한 동맹관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 미일 안보조약을 일본도 책임을 지는 쌍무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자주'는 '친미'이고, '대등한 미일 관계'는 '미일 동맹의 강화'다. 자주니 동맹이니 하는 개념은 변화무쌍한 국제관계와 각국 사정에 따라 실질이 달라진다. 북한도 '자주'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꾀한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현실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공허한 말싸움을 '신학(神學) 논쟁'이라고 부른다. 최근 우리 사회의 '자주 논쟁'은 그런 '신학 논쟁'이 아닐까.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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