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지 한 달만에 700만명이 넘게 관람했다는 영화 '실미도'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관객동원 실적만 놓고 본다면 국내최고 인기 종목으로 자부하는 프로야구가 지난 2년간 동원한 총관중과 맞먹는 놀랄만한 숫자다. 물론 프로리그에는 입장수입에 버금가는 중계권수입, 스폰서십 수입 등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객과 프로리그 관중 수만으로 흥행실적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단 20여 일만에 두 시즌 동안 프로야구를 관람했던 관중 수를 뛰어넘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820만 명이 봤다는 '친구'를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쟁관계에 있는 프로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단체로서는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가장 덩치가 큰 프로야구와 몇 부분을 비교해보자. 우선 실미도의 제작비는 프로야구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실미도를 만드는데 84억원이 들었고 프로야구 한 시즌의 8개 구단 총예산은 대략 1100억원에 육박한다. 흥행실적만으로 투자효율성을 비교한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또 투입된 스태프수도 프로야구가 우세할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를 제외하고 프로야구를 만드는 데는 코칭스태프 약 100명, 구단프런트 및 한국야구위원회(KBO)직원 약 300여명 등 400명 이상의 제작진이 투입된다. 모르긴 해도 영화제작에 그만한 인력이 투입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작품의 출연진은 비교가 어렵지만 그래도 하자면 프로야구가 뒤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미도에 설경구, 안성기가 있었다면 지난해 프로야구에는 영화계의 할리우드와 동급인 메이저리그에서 영입을 타진한 스타도 몇 명 있었다. 실미도와 프로야구 중 어느쪽의 작품성이 우수한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흥행실적만 놓고 본다면 엄청난 제작비용과 제작진이 투입되고 메이저리그급 스타가 출연한 작품이 실미도에 밀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잘 만든 제품(프로야구)이 너무 허름한 매장(경기장)에 진열되어 안 팔렸거나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여가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을 수도 있다.
스포츠가 사회에 미치는 순기능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스포츠라면 한번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는 '공포의 외인구단'부터 '쉬리', '공동경비구역', '살인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연구해볼 만한 히트상품은 많다.
/정희윤 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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