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7일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합법 대선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있다"며 추가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이 특정 정치인의 유용의혹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수사결과가 주목된다.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정치인 사법처리에 대해 큰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모금과 개인유용에 차별을 둬 단순모금은 10억원 이상을 받은 경우에 한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되 개인유용은 금액이 억대에 미치지 않아도 구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자금 사용처가 정치적 용도인지, 개인용도인지는 사법처리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모금 처벌 케이스는 26일 사전영장이 청구된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이 전형적이다. 안 부장은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넓은 의미의 대가성, 정경유착을 단절시켜야 한다는 취지를 고려할 때 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안 부장은 "국회 속기록 검토결과 이 의원이 상임위에서 한화의 이해를 대변한 흔적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상수 의원에 대해 "당 후원회로 들어온 공식후원금 5억8,500만원을 개인 차명계좌로 옮겨 관리하면서 이중 2억여원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의 자금이 고갈돼 개인 돈 5억5,000만원을 쓰고 선거 이후 돌려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화에서 받은 채권 10억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에 입금시키지 않고 따로 관리, 유용의혹이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 의원은 "전액 현금화해 당직자들의 월급과 격려금, 인수위 파견직원 지원 등에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의원이 대선자금을 유용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당 운영에 사용한 자금을 엄밀한 의미의 개인유용으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횡령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아직 유용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본격 유용 정치인 수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 말은 각 당이 모금한 전체 불법, 합법 선거자금 규모와 실제 선거에 집행된 자금규모를 파악해 중간에 새버린 자금의 용처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거자금 집행에 관여하며 돈을 빼돌린 정치인, 중앙당에서 내려온 선거지원금을 개인용도로 쓴 정치인 등 선거를 빌미로 '한 몫' 챙긴 정치인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적발은 사실상 각 당 지구당의 자금집행 내역에 대한 자금추적, 즉 '출구조사'가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출구조사는 야당이 지적하듯 총선에 엄청난 파괴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검찰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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