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유난히도 한국에서 국제적인 전시가 많이 열리는 해이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이 잇달아 열려 세계적인 큐레이터의 역할도 기대된다.학예연구원, 미술행정가, 전시기획자로 불리는 큐레이터(curator)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성격과 소장품의 종류, 전시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 영국에서는 키퍼(keeper), 프랑스에서는 꽁세르바떼르(conservateur)라 하며 연구, 교육, 전시기획 일을 주로 한다.
또 작가를 연구하고 발굴하는 전시기획자, 작품의 반입과 반출을 맡는 레지스트라, 작품 상태를 점검하고 보존과 보수를 담당하는 보존과학자, 전시디자이너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열악한 한국 미술계 상황에서는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우리 큐레이터는 '잡예사'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큐레이터는 문화의 창조적 중개자이며, 발명가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가 못지 않은 창의적 작업을 한다. 그가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를 들면 뒤샹과 같은 작가들도 사실은 작품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붓이나 연필로 작업을 한다면, 큐레이터가 작업하는 매체는 작가이다. 큐레이터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그의 노력에 따라 무명 작가가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되기도 하고, 예술을 이해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예술을 사랑하게 된다.
일부 미술관에는 아예 큐레이터가 없거나 큐레이터와 행정직이 대립하는 현실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정말 멋진 문화유산, 그에 못지 않은 예술품을 만드는 이 시대의 작가들, 이들을 발굴하는 큐레이터가 있다. 그래서 우리 문화의 미래가 그리 암담하게 보이지만은 않는가보다.
박 규 형 아트파크 디렉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