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를 비교, 비판할 수 있는 전달자 역할을 하겠습니다."2월1일 국내 최초의 일본 대중문화전문 케이블TV 채널 DCN을 개국하는 씨넥서스의 엄홍식(38·사진) 사장은 "우선 초기에는 일본 영화, 트렌디 드라마 위주로 편성하고 사극, 다큐멘터리, 오락물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넥서스는 케이블TV 채널 운영 및 DVD 제작사. DCN의 개국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 내 프랑스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드라마 '마이 리틀 쉐프'다. 이 드라마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을 거느린 인기 배우 아베 히로시가 주연이다. 2월 5일에는 그의 국내 팬클럽 회원들을 초대해 별도 시사회를 가질 계획이다.
아직까지 DCN은 경쟁자가 없지만 3월부터는 ESS프로덕션이 재팬TV를 개국할 예정이어서 본격 경쟁체제에 접어든다. 재팬TV도 일본 교토(京都) TV의 단막극 '열쇠', 일본 애니메이션 '플라토닉 체인' 등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집중 방송할 방침이다.
엄 사장은 "일본 대중문화의 무조건 수용이 아닌 비판적인 시각을 가미해 차별화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대중문화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안내자 역할을 할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할 방침이며 임진왜란처럼 한국과 일본이 역사의 무대를 함께 한 시대극을 찾아 양국의 시각 차를 비교해 보는 기회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CN을 개국하며 기대도 컸지만 남모를 고통도 겪었다. 그는 "일본 콘텐츠 사업자들이 지나친 자존심을 내세워 불쾌할 정도로 까다롭게 굴었다"며 "마치 문화 후진국을 대하는 듯한 일본 사업자들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콘텐츠 사업자의 고압적인 자세가 국내 방송사의 지나친 경쟁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대기업 계열 케이블TV 채널까지 한일 대중문화 개방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 콘텐츠 사업자에게 달려들어 막대한 자본을 들이밀며 판권료를 올려놓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같은 방송사업자로서 조심스러워지고 스스로 비판적인 입장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콘텐츠 판권을 놓고 가격 경쟁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다짐.
그는 앞으로 일본 방송 프로그램 수입에 그치지 않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일본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동아방송대학과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체결하고 미디어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을 인턴으로 활용,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할 방침이다. 위성방송, 주문형 비디오(VOD) 등 다양한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게 그의 올해 목표 중의 하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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