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태국에서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설 연휴를 맞아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여행객들 사이에서 조류독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일부 여행객들은 주위 사람들이 접촉을 꺼려 본의 아니게 '왕따'가 되는 해프닝까지 나타나고 있다.24일 설 연휴를 맞아 태국을 다녀온 이모(29·회사원)씨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감염이 걱정돼 병원에 건강상태를 문의했다"며 "동료들도 가까이 오지 않아 서운한 마음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홍콩을 경유해 입국한 최모(32·회사원)씨도 "감염여부를 아직까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설 연휴 한파 때문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시민들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서울 강남 K병원의 한 의사는 "가벼운 감기증상이라고 진단해도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이 아니냐'며 계속해서 묻는 환자가 많다"며 "조류독감 감염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는 전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박모(48·여)씨는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만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가서 감염여부를 확인했다"며 "당분간 외출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발생이 알려진 이후 항공기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동남아 전문 G여행사 관계자는 "태국과 베트남 예약이 10% 정도 취소됐고, 취소문의전화도 폭증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설 연휴동안 지난해 설보다 20%나 많은 하루 평균 1,000여명의 여행객들이 태국을 방문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아직 예약 취소는 많지 않지만 조만간 취소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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