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룻날은 저마다 집에서 차례를 올리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린다. 그리고 대소가의 어른들이 집안의 보다 큰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올린다. 이 풍습은 우리 젊은 시절에 없어졌다. 예전에는 반가웠으나 집안 일이 분주해지며 서로 귀찮아지고 불편해진 것이다.그러나 아직도 정월 초이튿날, 마을 촌장 댁에 모여 촌장님께 합동세배를 올리는 풍습만은 여전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을에 400년 간 이어온 대동계가 있고, 그 대동계를 바탕으로 합동세배 역시 400년 간 옛모습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최고 연장자가 촌장 어른으로 추대되는 것이지만 그 상징적 권한은 막강하다. 마을을 대표하는 구심점으로 마을의 어른 남자들의 세배를 마당에 앉아 받는다. 마을의 성년 남자들 모두 두루마기 차림에 갓을 쓰거나 유건을 쓰고 합동세배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촌장제라고 했다. 나 역시 서울의 일이 아무리 바빠도 이 합동세배만은 꼭 참석하고 올라온다. 그런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내 고향 우추리 촌장님, 올 한해도 어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