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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票心 감춘 뉴 햄프셔 후보들 "부동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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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票心 감춘 뉴 햄프셔 후보들 "부동표 잡자"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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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표를 잡아라.'뉴 햄프셔 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5일 미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막판 부동표 몰이에 촌각을 다퉜다. 미 동북부의 뉴 햄프셔주는 공화, 민주 양당에 속하지 않는 무소속 성향의 유권자가 전체의 38%에 달하는 대표적 부동(浮動) 지역이다. 독립심이 강한 이 곳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갈 때까지도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지 선거 전문가들은 이 무소속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타나느냐에 따라 2000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후보를 눌렀던 때의 극적 드라마가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5시 뉴 햄프셔주 맨체스터 시내의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 본부는 활기가 넘쳤다. 두툼한 전화번호 목록을 책상 앞에 둔 10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전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스티브 모건 홍보 책임자는 "보스턴 글로브지의 여론조사에서 케리 의원 지지율이 38%로, 딘 전 주지사 15%의 2배를 넘어섰다"며 "시간이 갈수록 부동표가 우리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경선 포기를 선언한 리처드 게파트 의원 지지표들이 대거 케리 후보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한 뒤 "대세는 이미 우리 쪽에 와 있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딘 후보가 자신의 의정 활동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을 의식,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중지하라"며 "딘 후보의 세금정책과 외교정책은 우리를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이오와 주 코커스 패배 직후 행한 '고함 연설'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딘 후보는 50만 달러를 쏟아 부은 광고전과 가족을 총동원한 유세전으로 지지세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남편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딘 후보의 부인 주디 스타인버그와 어머니 앤드리 딘은 이날 아침부터 각각 여성단체 집회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케리 후보측과 두자리로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MSNBC와 조그비의 여론조사 결과도 딘 후보측을 다시 고무시키고 있다.

존 조그비는 "22일∼24일 3일간의 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딘 후보를 30%대 23%로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그 전의 11% 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 "며 "딘이 지지를 회복하고 있는 반면 현 단계에서 잃고 있는 쪽은 케리 후보쪽"이라고 말했다. 딘 후보측 자원 봉사자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케리 후보 선거본부와 인접한 딘 후보 선거본부에서 아이오와 코커스 전의 열기를 찾기 어려웠다.

아이오와 대회에서 선전한 존 에드워즈(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아이오와 코커스를 포기하고 뉴 햄프셔 예비선거전에 주력해온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도 이날 지지세 확산을 위해 주 곳곳을 누볐다.

/맨체스터(뉴햄프셔주)=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뉴 햄프셔 예비선거는

뉴 햄프셔주 예비선거가 대선 후보 선정의 풍향계 역할을 하지만 미국의 선거 역사는 이 곳의 승자가 반드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1972년 이래 뉴 햄프주 예비선거에서 패배하고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로 지명돼 대통령에 당선한 경우가 두 차례나 있다.

빌 클린턴(민주) 전 대통령은 1992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 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모두 패했고, 조지 W 부시(공화) 대통령도 2000년 뉴 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일격을 당했었다.

본선 진출권을 따낸 후보 중에서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 햄프셔 예비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경우는 드물다. 1972년 이래 7명의 대선 후보가 아이오와 주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뉴 햄프셔 주에서는 패배했다. 그러나 두 곳 모두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지미 카터(1976년)와 앨 고어(2000년) 후보는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올해 민주당 후보 지명전에서 존 케리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세를 몰아 뉴 햄프셔 주에서도 1위를 차지, 부시 대통령에 내밀 도전장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각오다. 반면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3위로 밀려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대세 반전을 벼르고 있다.

/맨체스터(뉴 햄프셔주)=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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