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발표는 사교육의 막강함과 놀라운 적응력을 다시 알게 해 주었다.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서울대 진학을 좌우하며, 학력수준보다 소득수준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은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일반 학부모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준다. 서울대 입학 여부가 거주지별로 크게 다르고,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니 학력(學歷) 세습과 교육격차의 고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평준화정책은 실패작이라는 연구원의 지적이 없더라도 교육격차 해소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균등 제공을 위해 도입된 평준화가 30년 간 교육 불평등과 사회계층의 고착화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력 세습을 평준화와 직결시켜 재단하거나 교육제도만에 의해 빚어진 현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0 대 80의 사회, 또는 10 대 90의 사회라는 빈부격차가 교육부문에서 확인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사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평준화를 깨면 여러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자료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전업주부 자녀의 입학률이 취업주부의 경우보다 6배나 높지만, 입학 후 성적은 이런 조건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입학은 부모가 만들어 주는데 이로써 획득하는 학력(學歷)이 사회가 대학에 대해 기대하는 학력(學力)과는 거리가 멀다. 사교육의 힘과 함께 그 한계와 폐해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평준화는 오래 전 도마에 올랐지만, 교육부는 이 틀의 유지를 고집해 왔다. 그렇다면 공교육 정상화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는 교육부로서는 평준화 존명(存命)의 근거를 사교육문제를 바로잡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학력 세습은 결국 사교육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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