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학적으로만 따지자면 '실미도'의 성공은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한 영화 사이트에는 '실미도, 날 왕따로 만든 영화'라는 글이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도가니'라고 말하는데 자신은 도저히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격한 연기, 감동을 자아내는 진한 음악, 그리고 극한 상황이 오히려 몰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실미도'를 관객 400만 명을 동원한 웰 메이드 영화가 아니라, 800만 명의 '친구'를 넘어, 그 이상의 흥행을 겨냥할 수 있는 흥행 요소가 된 게 아닌가 싶다.최근 한국 영화에서 '웰 메이드' 영화의 구성 요소는 다소 지루한 느낌까지 주는 잔잔한 연기, 절제된 연출력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런 영화도 폭 넓은 대중을 끌어 안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들만의 좋은 영화'가 된 감도 없지 않다. 강우석 감독의 작품만 해도 연출력으로는 '실미도'보다 '공공의 적'이 낫다는 게 평자들의 중론이지만 관객은 '실미도'에 더 환호한다. 관객은 보다 직접적인 얘기를 좋아한다.
벌써 750만 명. 이 숫자는 남자 친구의 군대 얘기에 질겁을 하는 20대 여성이나 군대라면 스스로 신물이 난다는 30·40대 남성들까지 영화에 환호하는 수준을 넘어 1년에 한 번도 극장을 찾지 않는 관객까지 극장 나들이에 나서야 가능하다. 실미도의 흥행은 영화가 우리 사회에 공통적 쟁점을 던지는 이른바 '의제 설정' 기능이 있음을, 더불어 역사적으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쟁점까지 '극적'으로 재생하고 기억시키는 힘이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왜 영화로인가 하는 질문에는 이제 다른 쪽에서 대답해야 할 차례다.
영화는 이미 영화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지배자의 의도에 따라 감춰져 온 진실을 제대로 밝히려는 노력이 다른 곳에는 없다. 많은 사람이 극화한 '실미도' 현장을 찾지만, 그것은 극장을 나오며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다'는 반응만 남기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극화한 영화 '실미도'는 684부대의 진실과 일치하진 않지만 누구도 먼지 쌓인 역사를 들추려 하지 않는 한 이런 '가상현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혹 '일본이 684 부대가 마루타 부대의 후신이라고 주장했다'는 등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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