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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토지규제 /경기도 녹지 훼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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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토지규제 /경기도 녹지 훼손 현장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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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와 분당신도시가 접하고 있는 태재고개. 최근 고개 인근의 영장산으로 산책을 나갔던 주민 지운근(39·경기 성남시 금광동)씨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고개 초입의 실내 골프장이 등산로를 각종 장비로 가로막은 채 펜스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외곽 등산로를 따라 영장산 방향으로 30분 정도 더 들어가자 등산로 왼쪽의 울창한 산림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전원주택 단지를 만드느라 등산로와 인접한 5,000여평의 산림의 나무들을 모두 베어져 있었기 때문. 지씨는 "난개발 파문으로 용인시의 개발이 어려워지자 개발업자들이 고도제한이 풀린 성남에 눈을 돌리더니,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인 광주의 산중까지 파고들어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느슨한 분위기, 또 난개발…

광주를 비롯, 남양주, 하남 등 경기 곳곳의 녹지들이 느슨한 분위기와 개발압력을 틈탄 난개발태풍에 또 다시 휩싸이고 있다. 총 면적의 97%가 그린벨트인 하남시는 이미 난개발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개발업자들이 입도선매식으로 곳곳에 '가축 없는 축사'를 지어놓고 개발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계획적인 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있는 셈이다. 서하남 나들목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축사 매매가가 평당 240만∼ 270만원에 까지 이른다"며 "매물은 거의 없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귀띔했다.

시가 그린벨트 입지허가를 내준 축사는 4,300여채. 그러나 농가가 29가구 뿐인 하남에서 실제 축사는 30여채에 불과하고 나머지 4,270여채가 불법 용도변경돼 '부동산 투기용' 물류 창고나 소규모 공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불법용도변경 과정에서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등 불법행위도 난무해 당국이 단속에 나설 경우 적지 않은 마찰도 우려된다.

'투기용 용도변경', 당국 속수무책

시내 그린벨트의 2.9%인 175만평이 6월부터 해제될 예정인 남양주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린벨트에 축사를 지어놓고 있는 최모(45)씨는 "제조업이나 물류창고로 (불법)용도변경한 후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국 그린벨트가 풀리면 이곳에 높은 집도 지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투기용 용도변경'임을 시인했다.

광주시는 이 같은 불법용도변경 사례가 500여건, 4만5,000평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녹지 보전을 위해 철저한 단속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5년 넘어도 교통지옥 그대로예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난개발 폭풍이 할퀴고 간 용인시 등의 주민은 난개발의 폐해를 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용인시 상현동 성복리 김남순(55)씨는 "이곳에 산지 5년이 넘었지만 출근시간에 여전히 분당까지 빠져나가는데만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교통지옥"이라며 "쇼핑센터, 종합병원, 학교 등 기초생활시설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그린벨트가 해제돼 3,000호 이상의 국민임대주택단지가 건설될 수 있는 곳만도 고양시 행신동 등 7.579㎢ 11곳에 이른다. 양장일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마구잡이로 또 아파트촌을 지으면 수도권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돌변할 수 밖에 없다"며 "해제된 그린벨트 만큼의 녹지축을 조성하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그린벨트 현황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 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심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가장 강력한 토지규제 정책이다. 정부는 1977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역에 전국토(9만9,300㎢)의 5.4%에 해당하는 5,397㎢(16억3,300만평)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토지 소유 및 이용을 제한해 왔다.

20여년간 철옹성처럼 지켜지던 그린벨트는 재산권을 제한하고 생활 불편을 초래한다는 주민들의 끊임없는 반발에 따라 98년 제도개선에 착수, 2000년부터 보전가치가 낮은 환경평가 4,5등급에 대해 해제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그린벨트 총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1,617㎢를 단계적으로 해제키로 하고 지난 3년간 제주, 춘천, 청주, 여수, 전주, 진주, 통영 등 7개 중소도시를 포함해 해제 예정 면적의 78.4%인 1,267㎢에 대한 개발제한을 풀었다. 지난 한해 정부와 지자체가 해제한 그린벨트 면적만도 여의도 55배가 넘는 462.9㎢에 달한다.

그린벨트는 산업단지 조성이나 20가구 이상 집단취락지, 국민임대주택단지 등 국책사업 및 지역현안사업이 있을 경우에는 광역도시계획 수립 전에 우선적으로 부분해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300가구 이상 대규모 집단 취락지 중 해제가 안된 서울 은평구 진관내외동, 종로구 부암동 4곳과 20∼300가구 이상의 중규모 취락지 1,800개소 중 해제가 안된 1,354개소(75%)가 올해나 내년 초까지 우선 그린벨트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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