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이 계속되고 있지만 햇살은 하얗게 쌓인 눈과 함께 눈이 부시다. 설날 연휴기간에 전국의 병원에서는 많은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병원에서 지냈다.최근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병원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그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수련의들이 새우잠을 자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밤새 진료하는 모습이었다. 수련의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해치면서 많은 일을 담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한 근무로 말미암아 실수 없이 진료를 다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이것은 본인들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환자들의 진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친구 의사로부터 하루에 2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들은 적이 있다. 하루에 그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1인의 의사가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최대 환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의사가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와 다른 점은 한 번밖에 없는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은 의사에게 달려 있다.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한 이유만으로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의사는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과 높은 윤리의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병원만큼은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가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동시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진료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환자가 어느 과를 선택해서 진료를 시작했느냐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더라면 바로 완치될 수도 있었던 질환이 처음에 외과에서 진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술을 시행하다가 오히려 병을 더 키우고 불구가 될 수도 있다.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처음 선택한 대로 진료와 치료를 시작하기 보다는 관련분야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그 질환을 어떤 분야에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를 먼저 결정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종합병원과 동네 병원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 윤 호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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