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한국시각)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 최종라운드가 펼쳐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6,950야드) 18번홀(파5·543야드). 연장전 승부를 위해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두 선수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극심한 슬럼프로 '넘버2'의 권좌에서 16위까지 밀려난 필 미켈슨(미국·사진)과 투어 입문 이후 12년 무관의 설움에 시달렸던 스킵 켄달(미국). 둘은 18개월 만의 우승과 생애 첫 승의 감격을 놓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다.최종라운드에 들어갈 때만해도 미켈슨과 켄달의 간격은 3타차. 켄달은 2번홀(파5) 이글을 시작으로 버디 6개(보기 1개)를 쓸어 담으며 5라운드 합계 30언더파 330타로 4타를 줄이는 데 그친 미켈슨과의 연장 승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투어 입문 동기(1992년)인 미켈슨과 켄달의 행적은 극과 극이다. 준우승만 3번한 켄달이었다. 그것도 2번은 연장전 패배의 쓰라린 경험이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21번의 우승을 차지한 미켈슨은 6번의 연장전에서 5승1패를 기록할 만큼 연장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91홀에 걸친 '마라톤 레이스'의 승부는 숏게임에서 갈렸다. 숏게임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켈슨의 정교한 칩샷은 홀 90㎝에 붙은 반면 켄달의 칩샷은 홀까지 4.5m 남겨놓은 채 멈춰버렸다. 켄달의 버디퍼트가 홀을 스쳐가는 것을 확인한 미켈슨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면서 연장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7월 캐넌그레이터하트포드오픈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우승상금은 81만달러. 지난해 드라이버 샷 정확도(49.0%)가 189위로 밀릴 만큼 샷이 흔들렸던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72.1%(공동 33위)의 비교적 안정된 드라이버 샷 감각을 선보이면서 올 시즌 부활을 선언했다.
한편 투어대회 참가 개인 통산 294번째만에 첫 우승 기회를 날려버린 켄달은 "온 힘을 다해 싸웠지만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 곳에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며 자신의 불운을 애써 달랬다.
나상욱(21·코오롱 엘로드)은 최종일 경기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17언더파 343타 공동47위로 경기를 마쳤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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