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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전" 속에 담긴 명절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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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전" 속에 담긴 명절 여운

입력
200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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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집은 기름 냄새가 풍겨야 잔칫집 맛이 난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 위에 생선이며 고기며 푸성귀들이 밀가루 계란과 섞여 놓이면 잔치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온 집안을 돌아 담 너머까지 풍기는 고소한 냄새와, 노릇노릇 지글지글 익어 가는 빛깔과 소리까지 전(煎)은 잔치의 다른 이름이다.하지만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전을 부치는 일은 무엇보다 번거롭고 수고롭다. 웃고명은 쉽게 떨어져나가고 바쁜 마음에 불을 높이면 타 버리고 불을 낮추면 더디고 더딘 전 부치기. 그렇게 전을 부치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 가 버리고 기름 냄새에 질려 느끼하기만 하다.

그렇게 한나절을 수고해서 부쳐봤자 상에 오르는 건 한 접시. 막상 상에 올라도 기름 냄새에 질린 사람들의 젓가락은 다른 접시로 향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전들은 다시 데워지고 데워지는 사이 제 빛깔을 잃어간다.

전은 그렇게 변죽만 울리고 제 몫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일이 그렇고 보니 명절 때면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만 몇 접시 사서 쓰는 것이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낫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전의 묘미는 잔치가 끝난 후에 있다. 명절에 모인 식구들에게 무어라도 싸 보내고 싶은 어머니들의 마음. 당연 채반에 가득한 전이 첫번째 대상이다.

자식들에게는 당장은 귀찮고 하찮아 보이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면 빈 식탁 위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찬 한 가지가 생긴 셈이다.

그리고 얼마간은 시끌벅적한 명절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는 지글지글 익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 있음이다.

천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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