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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20만원 받자고 애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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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20만원 받자고 애 낳을까?

입력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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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소현숙씨가 쓴 <너무 많이 낳아 창피합니다> 라는 글은 우리나라 가족계획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 소개된 우리의 과거를 잠시 음미해보자.1960년대에 외쳐진 구호는 "세살 터울 셋만 낳고 단산하자"였으며, 70년대의 구호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고, 80년대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90년대엔 잠잠했다. 그도 그럴 것이, 50년대에 한 가정당 평균 자녀 수는 6명이 넘었지만 90년대엔 2명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계속돼 2000년대에 들어선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2001년 출산율은 1.30으로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미국(2.13), 영국(1.64), 일본(1.33)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2002년 출산율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1.17! 이젠 인구 감소, 그것도 꽤 빠른 감소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군사작전식으로 이루어졌던 70년대 가족계획 운동을 원용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런 식의 운동이 될 것이다. 방송사에 압력을 넣어 모든 텔레비전 드라마의 부부는 반드시 둘 또는 셋 이상의 자녀를 갖게 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표, 담뱃갑, 극장표, 통장, 주택복권 등과 버스, 택시, 지하철, 기차 구내 등 일상공간에 '내일이면 늦으리! 막아보자, 인구 감소' 등과 같은 표어를 부착케 한다. 또 도시마다 인구탑을 세워 앞으로 감소할 인구 수를 주시케 한다. 그리고 자녀를 많이 낳는 가정에 소득세 감면, 공공주택 할당, 금융 대출 우대, 특별 의료혜택, 그리고 기타 금전적 보상을 준다.

실제로 70년대엔 그런 식의 가족계획 운동이 이루어졌고, 이는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많은 나라의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운동이 인구 감소의 주된 이유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주된 이유는 농촌의 가임 여성들이 대거 도시와 공장으로 나가는 바람에 그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졌고, 또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자식 많은 게 더 이상 재산일 수 없다고 하는 냉엄한 현실이 운동이나 캠페인보다는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경제 구조와 환경의 변화가 출산율 감소의 주된 이유다. 이른바 '신경제' 체제는 사람들에게 생존과 성공을 위해 '올인'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일에 모든 걸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아기를 낳으면 산모에게 20만원의 출산수당을 지급하고 둘째와 셋째 아이를 출산하는 가구에 대해 매월 일정액의 아동 양육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고민과 선의엔 공감하거니와 격려를 보내주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70년대식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70년대식 방법의 핵심은 사적(私的) 해결이다. 공적(公的) 해결책을 찾으면 안될까. 각 가정 단위로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그 돈에 더 많은 돈을 더하여 과감하게 육아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되겠느냐는 것이다.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 문제이기 때문이다. 좀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삶의 전망에 대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생존경쟁의 살벌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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