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상혈전증은 매년 전세계 2,6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세계 1위의 사망 원인이다. 2001년 아시아에서 죽상혈전증으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450만명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의(APCC)에서는 전세계인을 괴롭히는 가장 심각한 사망 원인인 죽상혈전증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싱가포르 마운트 엘리자베스병원 로 립 핑 박사는 “죽상혈전증은 심장발작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원인질환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죽상혈전증이란 혈관 속을 떠돌던 플라크(죽상반)가 갑자기 파열되면서 플라크에 혈전(피덩어리)이 들러붙게 되고 이 혈전이 우리 몸의 심장 뇌 팔다리의 혈관을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막게 되는 증상이다. 혈전이 심장 관상동맥 흐름을 방해하면 심장발작이나 심근경색, 뇌혈관의 흐름을 막으면 뇌졸중, 다리로 혈액을 운반하는 말초동맥의 혈류를 방해하면 말초동맥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 신경학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필립 첸 리샨 박사는 “죽상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하며 섬유소가 많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콜레스테롤과 고지방을 바꾸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한 환자에게는 혈소판 응집이나 혈전에 의한 혈관 막힘 현상을 억제하는 아스피린이나 플라빅스 같은 항 혈소판제를 투여할 수 있다.
한편 학회에서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_신데라보는 전세계 죽상혈전증 유병률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평가하는 대규모 역학조사 ‘REACH’ (Reduction of Atherothrombosis for Continued Health)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전세계 35개국 죽상혈전증 위험이 있는 5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실시하게 될 이번 조사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의 발생 과정을 밝혀내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이루어진 조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 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상혈전증을 갖고 있으며, 콜레스테롤 고혈압 흡연 당뇨 같은 위험인자들이 어떻게 이 병을 일으키는지 2년 동안 추적 관찰하게 된다. 결과는 2005년 12월 발표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를 비롯한 총 9개 국가가 참여하며, 한국에서는 15개 병원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전문의 34명이 공동으로 참여, 5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오동주 교수가 대표연구자로 나선다.
고려대 구로병원 오동주교수는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은 물론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도 죽상혈전증이 공통 원인질환일 수 있다”면서“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환자에 대한 죽상혈전증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REACH조사를 통해 죽상혈전증 의 유병율 현황과 그 위험 요인, 합병증을 평가하는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 리 핑박사는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의 위험요소를 가진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이 REACH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인가 밝혀지면 죽상혈전증 치료를 통해 뇌졸중 예방 치료가 보다 공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송영주 의학전문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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