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이번 설 민심을 직접 확인했다면 생각과 각오를 다잡을 것으로 믿는다.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넘쳐나는 비리와 부패로 전국에 만연한 정치환멸을 보고 들으며 고개를 떨구지 않았을 의원은 없었을 것이다. '차떼기'로, 대통령 측근들로 불법이 판을 친 정치 전반이 냉정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현장 보고들은 생생하기만 하다.지역구를 다녀온 의원들은 여러 말로 민심을 전했지만 "살기가 힘들다는 말과 정치인을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을 죽도록 들었다"는 한 야당의원의 말에서 바닥의 여론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이제라도 정치가 민심에 해 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여기에 그대로 나와 있다. 한편으로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 서민생활을 보듬고, 다른 한편으로 부패와 비리의 척결, 파격적 물갈이로 정치정화를 이루어 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일지 모르지만 총선을 앞둔 각 당에게 이를 능가할 성패 기준은 없을 것임이 재확인되고 있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이런 민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정치권은 여기에 능동적으로 응하는 경쟁을 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얄팍한 지지율 등락의 해석이나, 아전인수 식의 자기 정당화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인상도 여전하다.
설 민심은 우리에게 제기되는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정치가 그 틀에 갇힌 채로 권력쟁투나 기득권의 보호, 확대에나 열을 쏟을 경우 여기에 속아 동원될 국민은 없다. 가령 엊그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불쑥 던진 개헌론이야말로 권력론 중심 정치의 한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설 정치'에서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은 자성과 깨달음, 그리고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여야 할 터인데 그렇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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