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전 2만원을 빌려줬던 전당포 주인을 찾습니다."1977년 브라질로 이민을 가 노래방기계 사업으로 큰 돈을 번 황석하(48·Raf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씨가 이민 가기 석달 전 자신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2만원을 선뜻 내준 서울 공덕동로터리 부근 전당포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나의 얼굴만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도 아직까지 돈을 못 갚아 항상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황씨가 전당포 주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교를 졸업하고 전당포 근처 시계방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고 있었던 76년.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마저 포기해야 했던 황씨는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전당포를 찾았고 그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전당포 주인의 친절한 마음씨 덕에 곧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그러던 중 브라질 이민을 석달여 앞둔 어느 날 시계방 주인이 "급히 돈이 필요하니 시계 하나를 맡기고 제값을 받아오라"며 심부름을 시켰다. 황씨는 곧바로 전당포를 찾아가 사정을 말했고 전당포 주인은 시계의 시가에 해당하는 2만원을 선뜻 빌려줬다. 전당포 주인으로서는 밑지는 장사를 한 셈.
그 후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 시계방을 차려 자리를 잡은 황씨는 81년 잠시 귀국해 인사차 시계방 주인을 찾아가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시계방 주인이 4년 전 전당포 주인에게 빌린 2만원을 아직 갚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황씨는 대신 2만원을 갚기 위해 그 길로 전당포를 찾아갔지만 전당포가 있었던 건물은 이미 없어지고 난 뒤였다. 최근 사업상 2달에 한번 꼴로 입국하는 황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친척들과 친구들을 통해 전당포 주인을 수소문했지만 헛수고였다.
한국에 올 때마다 전당포 주인을 언제 만날지 몰라 언제나 빌렸던 돈의 100배에 달하는 200만원을 갖고 다닌다는 황씨는 "하루 빨리 그 분을 찾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