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경기침체로 최악의 설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마음은 한 없이 풍성하고 푸근했다. 골치 아픈 세상사를 잠시 잊고 오랜만에 반가운 친지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환경 운동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설 연휴를 보내면서 안타까운 것이 있었다.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설날은 명절 음식과 선물 준비로 소비가 폭증하면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도 자연히 많아진다. 그러나 우리의 환경은 그만큼 더 죽어가게 된다. 우리가 명절을 준비하면서 조금만 더 환경을 생각했다면 명절은 풍요로움과 즐거움에 의미까지 더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일회용 비닐봉투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국의 환경전문 민간연구소인 월드워치는 2004년 지구환경보고서에서 소비의 풍요로움과 그로 인한 환경오염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물건 중 하나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꼽았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4조개의 비닐봉투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134억장의 일회용 비닐봉투가 소비되고 있다. 가히 전 국토를 일회용 비닐봉투로 덮어서 숨도 쉬지 못하게 할만한 양이 해마다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비닐봉투와 같은 합성수지는 자연에서의 분해기간이 100년이 넘는다. 합성수지를 소각장에서 태우면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한 번 환경에 배출된 다이옥신은 쉽게 분해가 되지 않고 계속 생물체에 축적된다. 어떤 경우에든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비닐봉투로 인한 영향이 우리 아이들 세대까지 미치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유통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나눠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범람하고 있다.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은 습관이고 문화이다. 잘못된 습관과 문화는 빨리 고쳐야 한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고 우리 명절도 일회용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분들이 아주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통매장에서도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어서 장바구니 사용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홍 수 열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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