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연기만 올리다 사그라든 개헌론을 다시 지펴 올린 것은 최병렬 대표다. 25일에는 중진 의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최 대표가 지펴올린 불씨에다 불쏘시개를 갖다 댔다.지난해 말 개헌 공론화의 주역이었던 홍사덕 총무는 이날 "최 대표가 분권형 개헌 담론을 다시 말했는데 매우 적절하고 합당한 말"이라며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며 쌍수를 들었다. 홍 총무는 이어 "분권 담론은 앞으로 4년 동안을 지난 1년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고 가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권한 일부를 제약, 나라의 위태로움을 덜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며 한 걸음 더 나갔다. 양정규 의원도 "총선 전에는 어렵다 하더라도 (개헌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힘을 실었다.
'돈 안 드는 대선' 등 여러 명분을 둘렀지만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개헌론은 실제로는 반노(反盧)세력의 결집이라는 총선전략과 맥이 닿아있다.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의 총선 구도를 개헌을 매개로 '친노 대 반노'로 바꿔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야당의 입장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 해 11월 전당대회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추진을 당헌에 명문화한 민주당의 첫 반응은 "반대할 이유는 없다"였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아예 "총선 공약으로 분권형 대통령제와 개헌을 내걸 수도 있다"고 나섰다. 자민련은 당연히 "환영한다"고 나왔다. 반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국민 의사를 무시한 총선용 정략"이라며 반발했다. 개헌이 한나라당이 의도하듯 총선에서 반노 결집의 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고리는 여전히 헐겁고 개헌론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뚜렷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권력탈취를 위한 공조'로 비칠 것을 우려한 신중한 반응이 쏟아진다.
총선 이후에도 어렵사리 당선된 17대 의원들이 남은 임기를 포기하면서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여론도 결코 개헌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개헌론에 여전히 물음표를 달게 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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