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도시 키르쿠크의 종족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석유 자원이 풍부한 키르쿠크에서 종족 간의 주도권 다툼이 위험할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 정권 때 탄압을 받았던 쿠르드인들이 키르쿠크를 자신들의 자치 지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노골화하면서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구가 8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키르쿠크는 쿠르드인(40%) 아랍인(30%) 투르크멘인(터키계·25%) 등이 섞여 살고 있다. 당초 쿠르드인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후세인 정권이 아랍인들을 이주시키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다종족 도시로 바뀌었다. 지난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 쿠르드족은 변방으로 쫓겨난 쿠르드인들을 다시 키르쿠크로 복귀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빈곤한 아랍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키르쿠크로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 쿠르드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쿠르드 민병대가 키르쿠크의 쿠르드 자치지역 편입 반대 시위를 벌이던 아랍인 및 투르크멘인들에게 발포해 2명이 사망한 것은 종족 충돌의 대표적 사례이다.
또 아랍인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은 같은 날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에 총격을 가해 쿠르드인 경찰 3명을 숨지게 했다. 그 뒤 PUK, 경찰서 등에 로켓포 공격이 가해진 것도 종족 갈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PUK의 한 관계자는 "쫓겨났던 쿠르드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후세인 정권에 의해 키르쿠크로 이주한 아랍인들은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키르쿠크 아랍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최근 결성된 '아랍민족동맹' 관계자는 "아랍인들은 기회를 찾아 스스로 이곳에 왔다"고 반박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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