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지난해 12월 개장한 이마트 부산 사상점은 하루평균 6억원, 한달간 181억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실적을 올렸다.당초 이 곳은 초우량 외국계 할인점이 문을 열었지만 인근 경쟁 점포보다 매출이 40% 수준에 머물러 결국 폐점한 곳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6월 이 부실점포를 임대, 완전히 뜯어 고친 후 과거 실적의 3∼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알짜 점포로 탈바꿈시켰다.
신세계는 이에앞서 H유통이 백화점으로 운영하던 점포를 인수, 이마트 명일점으로 전환한 후 월평균 매출 100억원대의 점포로 변신시켰다.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L마트가 위탁 운영하던 점포를 사들여 이마트로 재개장해 매출을 70%나 늘렸다. 경쟁업체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신세계는 부실 점포를 알짜 점포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을 과시하며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신세계는 지난해 유통업계 매출액 1위(임대수수료 매장 매출 제외시)를 탈환했다.
국내 유통업의 대명사로 군림하다가 1981년 후발주자인 롯데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2년만에 유통황제로 재등극한 것. 할인점을 주력사업으로 전환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매년 20∼40%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신세계는 지속적인 내수 불황속에서도 매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주력사업이 할인점인데도 효율적인 경영에 힘입어 업계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 6조8,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이익은 2002년(2,462억원)에 비해 25%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주력사업 할인점 전환 주효
신세계가 불황을 극복하고 유통업계 정상의 기업으로 부상한 것은 고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맞게 사업 구조를 신속하게 바꾼 전략이 주효했다. 외환위기 전만해도 재계에선 유통업체를 부동산업으로 인식, 매장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은 망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신세계는 그러나 외환위기에 따른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유통업체 역시 존폐의 기로에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에 착수했다. 당시 주력이던 백화점 사업에 비해 신규로 진출한 할인점 사업의 투자효율이 더욱 높다는 점에 눈을 돌렸다.
백화점은 1개 점포 개설 비용 2,500억∼3,000억원에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선인 반면 할인점은 개점 비용 500억∼600억원에 연간 매출액은 1,500억∼2,000억원선이어서 투자효율면에서 백화점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백화점보다는 가격이 싼 제품을 파는 할인점을 많이 찾을 것으로 판단,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적중했다. 구학서 사장은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할인점을 주력사업으로 키운 것이 불황을 극복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사관학교 신세계
신세계는 업계에서 '유통 사관학교'라는 명성을 들을 정도로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자랑한다. 유통 명가로서 명성을 잇기 위해 1993년 11월 업계 최초로 유통종합연수원을 개원,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또 주임·대리급을 대상으로 한 유통 아카데미 과정과 간부급을 대상으로 한 연세대학교 MBA과정 등 미래 최고경영자(CEO)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교육 과정을 통과한 임직원들과 우수 사원 등을 유럽 중국 외국에 내보내 선진유통업체들의 경쟁력과 최신 마케팅기법을 배우도록 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집중과 선택 전략
신세계가 유통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위치를 확보하게 된데는 정확한 경영 판단도 주효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유통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신세계는 백화점이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던 93년에 할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기치로 내건 이마트는 당시 국내 유통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또 구학서 사장은 외환위기 속에서 외형 위주의 사업형태에서 자산 회전율을 중시한 수익형태로 핵심사업을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을 이끌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에 대한 경영자의 판단력과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결국 신세계로 하여금 유통업계 강자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김혁기자 hyukk@hk.co.kr
(주)신세계는 백화점(7개)과 할인점 이마트(60개)를 운영하는 유통 전문기업이다.
국내 처음으로 바겐세일 실시와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크레디트 카드를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 백화점의 역사와 체계를 만들었다.
1993년 11월 '가격파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할인점 이마트를 도입, 서울 도봉구 창동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신세계는 국내 유통산업을 개척해왔다. 삼성가 2세간 분재(分財)에 따라 97년 삼성에서 독립한 신세계는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 초일류 유통기업들의 도전속에서 한국형 할인점으로서의 끊임없는 변신과 최저가격 보상제, 고객만족센터 운영등을 통해 한해 2,000만명의 고객이 찾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신세계는 할인점 시장에서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백화점부문도 본점 재개발, 죽전역사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어서 향후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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