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3월부터 본격 시작될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SK사태와 가계대출 부실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는 점에서 올해 인사 물갈이 폭은 어느 해보다 커질 전망이다.특히 은행권의 경우 원래 5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최근 금융통화위원에 내정됨에 따라 이르면 이 달 말부터 연쇄 물갈이가 예상된다.
은행권이 태풍의 진원지
은행장 8명이 임기 만료되는 은행권은 이미 인사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외환은행이 29일 주총을 열어 로버트 팔론 컬럼비아대 교수를 공석 중인 행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며, 이덕훈 우리은행장과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신철 경남은행장 등이 3월에 임기가 끝난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5월,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0월에 임기만료이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인사. 이덕훈 행장 후임의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직결돼 있지만,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 김병균 대투증권 사장, 전광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에는 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신동혁 은행연합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 인사의 최대 변수는 최근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결성된 '이헌재 펀드'.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이 사모펀드는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즉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한다는 입장이어서 '이헌재 사단'으로 꼽히는 김상훈 국민은행 이사회 회장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국민은행장 연임 여부도 관심
10월로 3년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교체설과 유임설이 교차하고 있다. 김 행장 본인은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안부재라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장 중 최연장자인 김승유(61)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이 임기만료이지만 윤교중 수석 부행장이나 김종열 부행장 같은 내부 인사에 자리를 내주고 본인은 지주회사를 신설, 회장을 맡는 시나리오가 유력시된다.
김종창 기업은행장 후임으로는 강권석 금감원 부원장,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등이 거론되지만, 기업은행장 자리가 재경부 몫인 만큼 재경부 출신 관료가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대주주인 칼라일이 현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어서 매각결과에 따라 진퇴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관단체·증권사 대표도 대폭 물갈이
은행장뿐만 아니라 금통위원과 금융 유관단체, 증권사 대표도 대폭 바뀔 전망이다.
금통위원의 경우 4월 김원태, 남궁훈, 이근경 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한은 총재 추천 몫은 박철 한국은행 고문이 유력하고 나머지 금통위원은 재경부 등 경제부처 인사의 향배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병균 대투증권 사장(3월) 등 모두 14명이 임기 만료되는 증권·투신업계의 경우 2월 임기가 끝나는 오호수 증권업협회장 후임 인사가 관심을 모은다. 증권 유관기관장 중 유일하게 비(非)관료 출신인 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과 황건호 전 메리츠증권 사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노훈건 증권예탁원 사장은 4월, 맹정주 증권금융사장과 양만기 투신협회 회장은 6월에 임기가 끝난다.
보험사 사장은 올해 10명의 임기가 끝난다.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의 경우 6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업계 흐름을 잘 읽는 정통 보험맨으로 유임이 유력하다. 그러나 ING생명의 요스트 케네만스 사장과 동부화재의 이수광 사장은 경영과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유임은 어려울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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