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상의 이유로 헤어스타일을 바꾸었습니다. 워낙 하지않던 일이라 주위 사람들의 인사를 많이 받았죠. 확실히 기분이 전환된 것을 느끼면서, 머리카락도 아름다움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긴요하게 쓰이구나 싶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식물에도 털이 있습니다. 털은 대부분 표피세포가 변형돼 생겨났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어려울 만큼 식물의 털은 기능이나 모양이 다채롭고, 털이 생기는 기관도 모두 다릅니다.
우선 하는 일이 놀랄 정도로 다양합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 겨울눈이나 로켓형으로 바닥에 잎을 펼쳐낸 채, 견딥니다. 일부 귀화식물의 잎에서 보는 털은 매서운 추위로부터 보온을 해주는 역할이 우선이고 수분의 증발도 막아줍니다.
고산지방이나 바닷가 등 바람이 많은 곳에 있는 식물의 특징은 털이 많은 것입니다. 털에 수분을 머물게 해서 그것을 이용하고, 어렵게 모은 수분이 잘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겨울이 가고 돋아나는 귀여운 새순의 솜털에는 연한 것을 찾아 달려드는 적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역할도 있습니다. 쓴 맛 같은 것을 분비해 잎이나 식물의 특정 기관 자체를 못 먹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방어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쐐기풀의 털을 들 수 있습니다. 너무 작아 잘 보이지도 않지만 일단 손가락이 찔리면 오랫동안 고통받는 쐐기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털의 일종입니다.
더 구체적이고 특별한 기능을 하는 털도 있습니다. 해안가에 식물들은 수분을 흡수할 때 염분이 문제가 되죠. 소금에 찌든 식물의 조직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털 속에 염분을 담아 스스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배출합니다. 도시에 심은 나무의 잎 뒷면에 가득한 털도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가지가지 오염물질을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털들은 모양이 아주 다양하지요. 돌기 같은 것, 꼬리 같은 것,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것, 연꽃이 핀 것 같이 달리는 것, 공처럼 둥근 것, 탑처럼 쌓여 올라간 것, 단세포인 것, 다세포인 것, 분비선까지 연결돼 있는 것 등등.
털은 잎 뒷면에 흔히 있지만 꽃잎, 암술대(왕벚나무는 암술대에 달리는 털의 유무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꽃받침, 줄기 등에도 있지요. 심지어 작은 씨앗에도 솜털이 있어 몸을 가볍게 해줍니다. 식물의 털마다 고유의 털의 위치와 모양과 색깔이 있습니다. 떡갈나무는 뒷면에 황갈색 털을 특징으로 다른 참나무류와 구별되지요. 털을 알면 식물 식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알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에게 있어서 이 작은 털 하나하나가 중요하듯, 우리 몸의 하나하나도 소중합니다. 손톱 끝만 조금 다쳐도 얼마나 불편합니까. 미처 녹지않은 그늘 길이 미끄럽습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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