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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崔대표 부적절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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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崔대표 부적절한 발언

입력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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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다른 당의 대표들을 겨냥해서 하고 있는 말이 듣기에 적지않이 거북하다. 최 대표는 설 연휴를 전후한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대구출마 선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설거지 체험' 등을 두고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치가 자꾸 엽기적인 일을 벌여야 박수를 쳐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폄하했다. "(나는) 알맹이는 하나도 없이 이미지만 부각하는 이벤트 정치는 안 한다"는 다짐도 있었다.다른 것은 몰라도 조 대표의 대구출마에 대한 최 대표의 엽기 운운은 여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조 대표의 결정이 총선 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포기와 자기 희생을 전제로 했기에 많은 국민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엽기'라는 표현에 "파격이라는 뜻"이라고 토를 달긴 했지만, 다른 당 대표에게 쓸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반면 당 안팎의 사정을 보면 최 대표가 이런 식으로 품평회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당 지지율이 20%대에 발목이 잡혀 '정동영 체제'가 출범한 우리당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게 벌써 몇 주일째다. "이번 총선과 같은 '인물 기근(饑饉)'은 처음"이라는 영입 관계자의 푸념도 가라앉는 당의 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대표는 남을 평하기에 앞서 "환골탈태하겠다"던 당이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시 반짝했던 중진의 불출마 선언 효과도 거의 사라졌다. '차떼기 대선자금'으로 실망한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 대표의 행보가 관행이나 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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