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9년 1월25일 '올드랭사인'의 작곡가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번스가 스코틀랜드 에리셔에서 태어났다. 1796년 몰(沒). 스코틀랜드 출신 예술가들 대다수에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특히 번스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결코 영국(잉글랜드) 시인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시인이다. 그의 작품 세계가 당대 잉글랜드의 고전 취향에서 훌쩍 벗어나 스코틀랜드 서민의 질박한 감수성에 깊이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시집 제목부터 '주로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쓴 시들'(1786)이다.번스는 젊은 시절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로 나와 얼마간 문단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했으나, 이내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살았다. 번스가 40세에 이르렀을 때 일어난 프랑스대혁명은 그에게도 실팍한 영향을 주어 그의 시에는 민족주의 색채가 더욱 또렷해졌고, 그것 때문에 당국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번스는 만년에 고향 근처의 덤프리스에서 살다 그 곳에 묻혔는데, 그가 살던 집은 그의 사후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다.
'그리운 옛날'이라는 뜻의 '올드랭사인'은 일제 시대 한국인들이 그 선율을 애국가에 차용하기도 한 터여서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익숙하다. 번스는 39세 때인 1788년 '올드랭사인'을 작곡하고 시를 붙였는데, 그 뒤 이 노래는 전세계 영어권 사회에서 가장 자주 불리는 이별의 노래가 되었다. 번스가 붙인 시는 16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던 작자 미상의 발라드를 고친 것이다. 이 발라드를 개사한 사람은 번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았던 터라, '올드랭사인' 가사에는 여러 버전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7세기 시인 로버트 에이튼 것이다. "옛 추억은 잊혀지고/ 사랑의 불꽃은 꺼져야 하나/ 그대 가슴 속의 그리도 뜨겁던 심장이/ 이리도 차가워지다니/ 정녕 그대 그리운 옛날을/ 되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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