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달 초 추진할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비리 청문회'가 설 이후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열린우리당은 '구태정치 연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권은 안대희 대검중수부장 등 검찰 관계자를 청문회 증언대에 세울 방침까지 밝히고 나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청문회는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끌어나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24일 유용태 원내대표 주재로 부총무단, 법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27일께 법사위를 열어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뒤 29일께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유대표는 "청문회를 위해 따로 특위를 구성하게 되면 절차가 복잡해 3월에나 열 수 있게 되므로, 법사위 차원에서 소집할 것"이라며 "만약 청문회에 증인들이 나오지 않아 맥이 빠지거나 부실화할 경우 곧바로 대선자금 특검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청문회 일정 등에서는 민주당과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 "다만 '502억원 대 0'이라는 불공평 수사가 어떻게 나왔는지 검찰 수사 관계자들을 국회에 불러 경위를 따지는 것이 청문회의 주 목적이 돼야 한다"며 안 중수부장 등의 청문회 증인 채택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청문회 추진 과정에서 수사 개입 논란도 예상된다. 홍 총무의 이 같은 발언은 여야 대선자금 전반보다는 검찰수사의 형평성을 따지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왜 스스로 무덤을 파느냐"는 등 당내 일각의 청문회 반대기류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청문회를 "총선용 책략이자 검찰 수사 방해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자금은 검찰이, 측근비리는 특검이 각각 정상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데 갑자기 웬 청문회냐"며 "총선용 정략정치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민주당이 청문회를 제안한데 대해 개탄할 수 밖에 없다"며 "수구세력인 한나라당과 함께하는 민주당에 남아 '민한당'이 될 것인지, 민주당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도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2중대가 돼 우리당을 협공하는 등 국회를 새해벽두부터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도 청문회 반대 주장에 대해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며 일제히 공세를 취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청문회를 반대하는 것은 어떻게든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아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고 민의를 왜곡하려는 기도"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부패 비리에 있어 한나라당의 2중대이며, 한나라당이 소도둑이라면 우리당은 송아지도둑"이라며 "청문회를 열어 소도둑과 송아지도둑의 1,2중대 관계를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