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더니 마침내 사실로 확인됐다.소문의 근거는 정부가 김 행장을 금통위원으로 임명한 뒤 공석이 된 은행장 자리에 또 다른 관료를 내려보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 대신 관료를 한자리씩 밀어 내보내는 '쿠션 인사'를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이번 금통위원 인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과거 관치 수단으로 악용돼온 은행연합회 추천권을 제대로 행사해 시장을 대변할 민간 금융전문가를 임명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은행연합회측도 정부가 찍은 인사를 그대로 추천하는 들러리 역할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제대로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소문대로 30년 관료생활에 비해 은행 경험(2년8개월)은 짧은 김 행장으로 낙점 됐다.
물론 관료 출신이라도 능력 있는 금융 전문가라면 무조건 배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순수 민간 금융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임기가 4개월 가까이 남은 현직 국책은행장을 금통위원으로 징발해야만 하는지, 전통적으로 '무풍지대'인 기업은행에서 대과(大過) 없이 은행장직을 수행했다고 해서 금융인으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19명이 인터넷 응모한 주택금융공사 초대 사장 자리엔 일찌감치 관료 출신이 내정됐으며, 공모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3월 임기 만료되는 우리은행장 후임에도 벌써부터 관료 출신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밖에서는 중앙부처 10개 국장급 공모에서 대대적인 인사혁신이 일어났다고 떠들썩하지만 금융계 내부에서는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악습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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