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한 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피해가 속출했다.전국에서 3만여건 이상의 수도관 동파와 보일러 고장 등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은 단수 및 난방·온수 공급 중단으로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빙판길 교통사고나 화재, 동사(凍死) 등 각종 시설·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수도관 동파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1일부터 24일까지 접수된 서울 시내 수도관 동파신고는 무려 1만3,000여건에 달했고 전국적으로는 3만여건을 넘어섰다.
서울 신당동 주부 신모(32)씨는 "고향에 갔다 돌아와보니 수도관이 얼어 신고를 했으나 신고가 밀려 한나절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상수도사업본부측은 "설 연휴 고향을 다녀온 가정집이나 수도관이 외벽에 설치된 복도식 아파트를 중심으로 동파사고가 집중 발생하고 있다"며 "귀성객이 모두 돌아오면 피해는 훨씬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일러 정비센터도 각 지점마다 하루 100여건의 고장신고 처리로 분주했다. 차량고장 신고도 폭증했다. LG화재 홍록식 매직카서비스센터장은 "LPG·디젤 차량의 연료분사장치 동파 신고 등 혹한 피해신고가 하루 평균 7,500여건에 달해 예년보다 3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10분께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후문 앞 빙판길에서 승용차끼리 정면 충돌,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귀성과 귀경 차량들의 빙판길 교통사고도 줄을 이었다.
양식장 어류 떼죽음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김모(46)씨 양식장 등 이 일대 양식장 4곳에서 바닷물이 얼면서 숭어 60여만마리와 치어 20여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7억7,000여만원의 피해가 났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내동리 박모(42)씨 양식장에서도 숭어 4만5,000여마리가 폐사해 전남도가 도내 114개 양식장에 대한 피해조사에 나섰다.
조류독감 피해가 아물지 않은 축산 농가에서는 한파에 따른 화재가 속출, 또다시 농심을 멍들게 했다. 22일 오전 4시께 전북 정읍시 이평면 장내리 이모(54)씨 양계장에서 불이나 병아리 2만2,000여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23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동부 이촌동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체력단련장 부근에서는 비둘기 30여마리가 얼어 죽었고, 이날 오전 3시40분께엔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지하도에서 30대 초반의 남자 노숙자가 동사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한파 이후에도 동파에 따른 가스공급 중단, 누전 사고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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