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싸준 설 음식, 지난해 초여름 단지에 담아 보관했던 매실 절임, 참기름, 고춧가루, 땅 속 무 구덩이와 감자 구덩이에서 파낸 무, 배추, 감자, 가짓수를 알 수 없는 밑반찬, 올망졸망한 봉지마다 가득 든 각종 잡곡, 그리고 어김없이 자동차 트렁크 한 구석을 채우고 있는 집 앞 논의 쌀 한 포대. 그 쌀의 의미가 바로 이 집 아들이라는 뜻이다.풀어놓으면 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더 싸 주시지 못해 자동차 트렁크의 빈 자리가 없나 살피신다. 고향의 형님 역시 하나라도 더 실어주기 위해 그 짐들을 이렇게 실어보고 저렇게 실어본다. 그래서 겨우 한 공간 생기면 거기에 또 새로운 짐 하나를 채워주신다.
언제나 내가 보답하는 것보다 받는 사랑이 더 크다. 갈 때마다 이제는 좀 더 자주 와야지 하면서도 그 생각 역시 고향 집 마당에 섰을 때 뿐이다. 처음 내가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났던 자리가 그곳이고, 언젠가 그 길을 마무리하는 자리 역시 바로 그곳일 텐데도 그렇다.
객지에 나가 있어도 근본은 바로 저 마당 안의 사람임을 생각하며 새해에는 더 바르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늘 옳은 생각 속에 살아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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