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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발급 공증서 효력 첫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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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발급 공증서 효력 첫인정

입력
200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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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증기관이 작성한 공증서의 효력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북한판 동의보감' 출판을 둘러싸고 북측과 직접 계약한 남한측 출판사가 북측과 계약없이 서적을 출판한 출판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북한기관 공증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 앞으로 남북교류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에서 북한의 공증서를 유력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사건 경과

Y출판사 사장 이모(52) 씨는 1993년 12월 중국 선양(瀋陽)시에서 '조선족 문화예술관' 부관장이자 북한의 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가 펴낸 이른바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대리권을 보유하고 있던 윤모씨를 만나 1만달러에 15년간 '북한판 동의보감'의 남한내 출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씨는 95년 바로 국내에서 주요 어휘를 남한 실정에 맞게 수정, '북한판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그러나 99년 B출판사를 운영하는 김모씨가 Y사의 '북한판 동의보감' CD롬에서 발췌한 자료를 한의대 교수 17명에게 넘겨주고 본문 교정을 부탁한 뒤 마치 직접 번역한 것처럼 Y사보다 더 싼 값에 책을 내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결국 이씨가 김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2000년 12월 "이씨가 북한에서 출판권을 위임받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 고소 적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북한 공증서 위조로 보기 어려워

검찰 결정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지자 이씨는 다시 김씨와 한의대 교수 등을 상대로 민사상 지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사건을 맡은 뒤 북한의 공증기관인 '평양시 공증소'가 2000년 9월25일자로 공증한 확인서를 눈여겨 봤다. 확인서에는 이씨의 주장처럼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이며 대리권은 윤씨가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피고측은 북한 서적의 수출 및 출판권 설정 권한은 출판사가 아니라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의 직접 대리권자와 이씨간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사실조회를 했고 "서적의 대외 출판권 설정은 주로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담당하지만 출판사가 직접 저작권 관련계약을 하는 경우도 다수 있으며, 평양시공증소의 확인서가 위조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북한 공증서의 효력을 인정, "피고는 북한의 출판사로부터 적법하게 남한내 출판권을 설정받은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해 손해를 입힌 만큼 7,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 3년 동안 진행된 소송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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