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말대로 다른 남자 안 만나고 예쁘게 기다리고 있을게.""오늘 그대의 생일이군. 미역국은 못 먹을 테고…힘 없고 아픈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울 앤(우리 애인) 이라크 간 지도 2달이 넘어가는데 너무 보고 싶어요." "(인터넷 편지를 보내) 깜짝 놀랐네. 나 잘 있으니까 걱정말고."
국방부 홈페이지(www.mnd.go.kr) 내 '세계 속의 한국군' 코너에 마련된 '러브레터'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10여 개국에 파병된 900여 국군장병과 국내 친지를 잇는 '사이버 만남의 광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설된 이후 애인과 가족, 군 선후배의 안부를 묻는 애틋한 내용의 편지에서부터 새해인사, 심지어 파병장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의 격려 메시지까지 오고 가고 있다.
사이버 편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오프라인' 위문편지는 현지의 열악한 배달사정 탓에 보통 한달 정도 걸려야 장병 손에 쥐어지고, 장병들도 한 달에 4번 정도만 군사우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이버 편지는 실시간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국방부 사이버홍보팀 이원준 중위는 "장병과 고향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가족들에게는 장병의 소식을 짧은 시간내에 전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이라크 나시리야에 주둔 중인 서희(공병)부대장 천영택 대령(육사 34기)이 직접 우체부 노릇을 자임하면서부터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천 대령은 답글에서 "인터넷 회선이 워낙 적어 장병들을 제 사무실로 불러 답장을 보내라고 했더니 쑥스러워하며 글을 쓰는데 주저하곤 한다"며 "그러나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꼭 답장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와 현지 부대측은 추가 파병을 앞두고 인터넷망을 대폭 보완해 장병과 고국의 가족, 친지들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힐 계획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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