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에 투기지역 해제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특히 일부 정치인들은 투기지역 해제가 마치 결정된 것처럼 왜곡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거전에 악용하고 있다.
24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10.29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전국의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면서 투기지역을 해제해 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압력이 잇따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지방도시 출신 의원들이 총선 전에 투기지역을 해제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투기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고위 당직자 등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라 하락세가 뚜렷해지면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해제를 선거전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재용 대구시지부장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대구 중구와 서구의 주택투기지역 해제 문제를 관계 당국에 강력히 촉구, 재경부와 건교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해제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며 "설 연휴를 전후해 해제방침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투기지역 지정 및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이 달에는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집값이 하락,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건교부에 주택투기지역 해제를 요청한 곳은 서울 은평구, 부산 북구, 대구 서구와 중구, 강원 춘천 등이며 부산과 광주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충남 천안시는 토지투기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투기지역을 해제할 경우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고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도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제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부 투기지역의 집값이 하락했지만 아직 지난해 9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 2∼3년간 집값이 급등한 만큼 불과 두 달 동안 내렸다고 집값이 안정됐다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거품이 조금 빠졌지만, 올라간 것에 비해 작은 수준"이라며 집값 안정대책을 일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오히려 다음달 10일께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를 열어 땅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판교주변과 일부 충청 지역을 예방적 차원에서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부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기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투기지역 해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달 말 지난해 4분기 토지관련 통계가 나오면 내달 10일께 회의를 열어 추가 투기지역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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