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냉엄했다. 19일 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를 가늠해주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결과가 나온 직후 승자는 모든 기쁨을 차지했고 패자는 쓸쓸한 퇴장을 선언해야 했다.존 케리 상원의원은 1위를 확인한 직후 지지자들과 함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향해 "덤벼봐(bring it on)"라고 외쳤다. 이 말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저항세력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1월 공식석상에서 언급해 구설수에 올랐던 용어로 부시 대통령과 본선에서 맞붙을 수 있다는 케리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예상외의 선전으로 하워드 딘 후보 등을 물리치고 2위를 차지한 존 에드워즈 후보 진영도 축제 분위기였다. 에드워즈 후보는 "정책을 위주로 한 포지티브 선거 전략이 유효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선거운동 초반 선두권을 유지하다 4위로 주저앉은 리처드 게파트 후보는 다음주 예비선거 지역인 뉴햄프셔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여기서 선거운동을 끝내야 할 것 같다"며 경선 레이스를 접었다.
신예 에드워즈 후보에게도 패해 3위로 밀려난 딘 후보는 선거 결과에 실망하기 보다는 격정적인 목소리로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뉴햄프셔, 뉴욕 등지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두주자를 견제하려는 상대 후보와 언론의 공격으로 졌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이날 아이오와 주도 드 모인의 밸리웨스트 고교 강당에 마련된 민주당 코커스는 참여 정치의 열기로 가득찬 민주주의 산 교실이었다. 한 명의 대의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후보간 경쟁은 마지막 표결 과정 때까지 이어졌다.
저녁 6시30분부터 30분 동안 유권자 등록 절차가 끝난 뒤 지지 후보별로 편을 나뉘는 시간이 되자 하워드 딘 후보쪽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8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웨스트 드 모인 311 선거구 코커스에 등록한 유권자는 모두 165명. 1차 선호 후보 선정 때 총 등록 유권자의 15% 이상을 얻어야 사표가 되지 않는 규정에 따라 대의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정족수 25명을 채워야 했다.
자신들 쪽에 23명만 모인 것을 확인한 딘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은 이 때부터 강당 구석 구석을 누비며 표심을 돌릴 것 같은 유권자들을 찾아 나섰다. 한 여성 지지자가 한참을 설득한 끝에 '클라크(전 나토 사령관)'스티커를 가슴에 단 할머니 등 2명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자 딘 후보 진영에서는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1차 집계 결과 존 케리, 존 에드워즈 후보와 딘 진영이 15%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의원 확보에 실패한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 진영은 사전 약속에 따라 에드워즈 쪽으로 움직였고 낙담한 게파트 후보 진영은 대부분 강당 문을 빠져 나갔다.
출산을 2주일 앞둔 만삭의 몸으로 코커스에 참가한 데빅 노우씨는 "케리 후보의 여성 정책과 건강보험 정책을 지지한다"며 "케리가 부시 대통령을 반드시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드모인(아이오와주) =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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