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최병렬 대표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설 연휴를 지역구 포기 또는 이전 등 거취 논란 속에서 시작했다. 전날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을 계기로 20일 당 안팎에서는 "최 대표도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대표의 결심은 파격이라는 의미에서 엽기"라고 치부해 버렸다.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남이 '올인'한다고 따라서 장에 가느냐"며 일단 '현 위치 사수' 쪽을 택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조 대표 결심이 엽기라면 이를 높이 평가하는 여론도 엽기라는 말이냐"며 "신중하지도 못하고 격도 없는 발언"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최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돌리기라도 하려는 듯 이날 오후부터 민생 현장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낮에 서울 용산역 앞 노숙자 무료급식소를 방문, 점퍼 차림으로 당직자들과 함께 음식을 노숙자들에게 직접 나눠준 뒤 노숙자들의 손을 잡고 고충을 듣기도 했다. 최 대표는 21일에도 서울 서대문구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 노인을 위문하는 등 민생 챙기기를 계속한다. 최 대표는 또 23일 경남 산청에 가 성묘한 뒤 24일까지 진주 창원 부산을 잇따라 찾아 민심을 점검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 민주당 조순형 대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20일 자신이 출마할 대구를 찾아 상임중앙위원회의, 기자회견, 지역 공약 발표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표밭갈이에 나섰다.
조 대표는 이날 '대구시민께 드리는 글'에서 "대구는 선친(조병옥 박사)이 일제 말 일본 헌병에 쫓길 때 피신해 보호 받고 3대 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정치적 고향"이라며 "나에게도 지역주의 장벽을 허물고 재도약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구지역 경제살리기 대책기구를 만들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즉석에서 공약도 내놓았다. 또 "유능하고 참신한 TK 인재를 대거 영입하겠다"며 '영남 올인' 구상도 내비쳤다.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서는 "선친은 대구 을이었지만 나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며 여지를 남겨 놓았다.
조 대표의 이날 대구 방문에는 추미애 장재식 김영환 상임위원과 유용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옥두 이협 의원 등 중진, 영남 출신인 김성재 총선기획단장과 전성철 정책기획특보 등이 수행했다. 이들은 "대구는 충절과 민주화의 도시", "대구가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고 말하며 조 대표를 응원했다.
조 대표는 이어 포항 다부동전투 기념비 등을 참배하며 TK 바람몰이를 시도했다. 조 대표는 21일에는 서울역에 나가 귀성객을 환송하고 경찰청 상황실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구=배성규기자 vega@hk.co.kr
● 우리당 정동영 의장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설 연휴 정치도 '조순형 대구 출마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정 의장은 "부산으로 가라"는 민주당의 공세 등을 일축한 채 이날부터 지역구인 호남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챙기기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아침에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 인사말에서부터 조 대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처음에는 놀라서 '왜 그러시지' 반문하고 말았는데 조 대표가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곧 이어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조 대표가 진정으로 지역구도를 넘기 위해 고민했다면 우리당과 함께 했어야 했다. 이제 한·민·자 동맹도 부수라"고 받아 쳤다.
정 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곧장 방송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뒤 경기 오산의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 직접 헬기에 시승하며 군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21일부터는 민생 행보를 재개, 오전에 영등포시장을 방문하고 서울 구로구 쪽방촌을 찾아 독거노인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정 의장은 이어 지역구인 전북 전주로 내려가 사회복지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순창 선영을 찾아 성묘하고 곧바로 상경, 23일부터 다시 수도권 소외계층을 위문하고 중소기업체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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