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인사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직위 공모 10자리 중 6자리를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들이 차지,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재무부 출신 1명까지 포함하면 옛 재정경제원 출신이 70%를 석권한 셈이다.특히 이들이 진출한 부처가 경제부처와는 전통적으로 대립 관계였던 교육부 복지부 국방부 농림부 행자부 등 사회부처인데다 직위도 핵심 보직이어서 교육·복지·농업 정책 등에 얼마나 변화를 몰고 올 지 관심거리다.
그 동안 '엘리트 경제관료 몇 명만 교육부, 복지부 등에 패키지로 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정책, 복지정책이 바로 선다'고 누누이 주창해 왔던 경제 관료들 입장에서는 교육논리, 복지논리 등에 매몰돼온 사회정책을 경제논리에 입각해 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경제관료, 그 중에서도 EPB 출신들이 직위 공모에 대거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급 인력이 많이 포진한 측면도 있지만, 이들 부처의 업무가 사회부처와 중복되는 게 많기 때문. 복지부 보건정책국장으로 선정된 재경부 정병태 국민생활국장,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에 선정된 재경부 장태평 국세심판원 심판관,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에 선임된 조달청 이종갑 원자재수급계획관 등은 모두 다른 부처와 협의도 많고, 업무 영역도 넓을 수 밖에 없는 옛 EPB의 기획국에서 잔뼈가 굵었다. 또 국방부 기획예산관에 선임된 남동균 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 행자부 행정관리국장에 뽑힌 예산처 이창구 국장(KDI 파견), 농림부 농촌개발국장에 선정된 서병훈 국장(국방대 파견) 등은 다른 부처의 업무를 잘 파악해야 하는 예산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다.
한편 농림부는 인사교류 대상 직위는 없는 상태에서 농업정책국장, 농촌개발국장 등 핵심 2개 자리를 모두 타 부처에 빼앗겨 간부들은 물론, 직원들까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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