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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절반의 몫"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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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절반의 몫"을 찾아서

입력
2004.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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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개발계획이 2003년 7월 8일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정치·경제적 참여와 의사결정권 등을 평가한 한국의 여성권한척도(GEM)는 70개 국가 중 63위로 최하위권이다. 또한 현 지역구 국회의원 227명 중 여성은 16명으로 5.9%에 불과해서 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핵심인 의회주의 정치에서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여성의 지위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여성이 전체 유권자의 51%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인원수로는 여성의원들이 19개 상임위원회에 골고루 참여하여 양성 평등한 입법활동과 예산 심의를 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위원회에서 여성 관련 예산을 축소하려 하였을 때도, 여성의원이 없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수 차례 건의하고 여성계가 4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호주제 폐지도 계속 연기되고, 인신매매를 통해 성매매를 강요 당하는 여성을 구제하기 위한 성매매방지법 역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는 여성들에게 국회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시키고 있다.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진출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비례직 의원의 비율을 3분의 1까지 높일 것을 권고하였고, 여성계와 유사한 요구를 담은 범국민개혁협의회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였다. 또한 한나라당은 양성평등선거구제를, 열린우리당은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연말, 연초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공방전 속에서 사실상 비례직 의원 수를 축소하거나, 기껏 잘해야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지역구 확대, 비례직 축소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서, 여성계로서는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분구가 되는 선거구에서 반드시 남·녀가 한 명씩 선출되도록 하자는 한나라당의 초기 제안이나 전국을 16개 정도로 나누어, 여성을 따로 선출하자는 여성전용선거구제 모두가 선거가 다가올수록 양당의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어서 여성계를 실망시키고 있다.

비례직의 50%를 여성에게 배정하고, 지역구 공천 30%를 할당하겠다는 각 정당의 약속 역시 실현가능성이 의심 받고 있다. 비례직 50% 할당은 각 정당이 언약하였으나, 정개특위의 정치관계법 조정과정에서 이 조항은 탈락하였다. 또한 지역구 30% 공천의 실현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의 지역구 공천 신청자 중 여성은 불과 3∼4%에 불과하다. 그나마 돈 없고, 연줄 없는 여성은 경선과정에서 탈락하기 십상이다.

이에 여성계는 여성에 한해서 하향식 공천, '기획공천'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으나, 어느 정당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자는 제안은 요즈음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하는 집단이기주의의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여성국회보내기운동과 더불어 부패정치 청산, 맑은 정치 실천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참여율 제고에 못지않게, 맑은 정치 실현에도 여성계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 12위 대국의 여성권한척도가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한국사회 발전의 불균형성 뿐 아니라 한국이 풀뿌리 민주주의가 여전히 부재한 나라임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4월 선거를 통해 맑은 정치,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정치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정 현 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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