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진화에 암컷의 기여도가 훨씬 크다는 생물학적 사실만으로도 호주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가 호주제 존폐 여부를 둘러싼 헌법소원 심판을 위해 이례적으로 현직 생물학 교수에게 의견 자문을 구했다. 동물행동학자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50·사진) 교수는 19일 "지난해 12월 헌재가 '호주제에 대한 생물학적 평가를 내려달라'고 요청해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A4용지 7장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정치·사회적 근거는 배제하고 순수 과학적 사실에만 입각해 호주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호주제 폐지의 생물학적 근거로 인류 진화에 있어서의 여성의 높은 기여도 호주제와 한국 남성 사망률의 상관관계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체내 에너지(ATP)를 생산하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고유 DNA가 모계 유전이고, 난자의 유전물질이 정자와 달리 생명체 발생에 필요한 각종 영양분을 지니고 있어 여성의 진화 기여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제가 한 가정의 운명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유발, 남성 사망률 급증의 원인이 된다"며 "동물계는 물론, 어떤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은 비합리적 제도를 왜 유지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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