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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사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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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사면의 정치

입력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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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2000년 총선'하면 사람들은 낙선운동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낙선운동의 성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가능하지만 낙선운동이 한국정치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역사적 사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2004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다시 부정· 부패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칼을 갈고 나섰다. 물론 이번 총선의 경우 2000년과 달리 총선대응전략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2000년의 총선시민연대처럼 거대한 단일대오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시민단체와 같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등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모여 낙선운동을 넘어서 당선돼야 할 후보를 선정해 '국민후보'로 발표하는 지지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나서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그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운동의 경우 그 기준과 원칙에서 너무 다른 견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민운동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민주노총처럼 당파성을 선언하고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요컨대, 시민운동의 핵심은 역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최소주의적인 운동, 즉 비리관련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낙선운동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2000년 낙선운동 대상자중 부정부패 관련자들의 경우 대부분 부정부패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사면을 해줌으로써 다시 출마를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들 부정부패 관련자들의 경우 사면을 해줄 수 없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했더라면 애당초 출마를 할 수 없었고, 따라서 낙선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낙선운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예로 들면, 환경단체들은 최악의 환경후보, 노동조합은 반 노동후보들을 선정해 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정책적 사안을 놓고 낙선운동을 하지 부정부패 관련자를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지 않는다. 부정부패 관련자는 애당초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부정부패 관련자의 경우 사면을 할 수 없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낙선운동은 미국처럼 정책적 사안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래야 총선에서 정책논쟁과 정책대결이 사라지고 후보의 과거 검증만이 난무하는 현재와 같은 방식의 낙선운동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청와대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 계획이다. 즉,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특별사면의 형식으로 대북송금 관련자 중 현대비자금 사건에도 연루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제외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비리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에 대해서도 사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북송금 관련자의 경우 사면시기와 맞물려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한 총선용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사면이 가능하다. 그러나 두 아들의 경우 부정부패사범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사면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정치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을 사면한다면, 정치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며 정략적 사면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니,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두 아들에 대한 사면 유혹을 뿌리치는 것을 넘어서 이번 기회에 부정부패 관련사범의 경우 사면을 할 수 없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자기개혁안을 제안해 제도화해야 한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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