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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가족, 굴레였다가… 울타리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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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가족, 굴레였다가… 울타리였다가…

입력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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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족과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설날. TV에도 가족을 주제로 한 특집극이 풍성하다. 방송 3사 모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부담없이 봐도 좋을 내용들로 채웠다.MBC '굿모닝 공자'(극본 윤지련, 연출 김우선·22일 오전 9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학자 집안을 다룬다. 마루에서 정좌한 채 논어를 읊조리는 청명서당의 노(老) 훈장 고독한(변희봉) 가족의 세대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큰 아들 강석(김인권)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서당의 젊은 훈장으로 살아가지만, 실은 TV에도 출연하는 인기가수. 설상가상 서울로 유학 보낸 딸 선미(김성은)는 프랑스인과 사귀고, 막내 아들 민석(허정민)은 빚 독촉을 받는 신세다.

부모 자식 간의 얽히고설킨 갈등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연예계에 환멸을 느낀 강석은 다시 서당으로 돌아오고, 독한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던 외국인 사위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유쾌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SBS '개밥그릇'(극본 이근영, 연출 한정환·23일 오전 10시)은 철부지 둘째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따뜻한 정을 그린다. 권해효가 집안 재산 다 말아먹고 사고만 치는 중태, 연기파 배우 나문희가 겉으론 아들을 '개밥그릇' 대하듯 구박하는 억척 어머니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모정을 간직한 옥순 역을 맡았다.

중태가 늙은 승려로부터 5일 만에 급사할 것이란 얘기를 들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윤사월 돼지띠 여자와 합궁하면 살 수 있다'는 귀띔에 고교 동창이자 여경(女警)인 영해(권민중)를 만나 벌이는 티격태격 실랑이를 양념처럼 얹었다. 나중에 어머니의 큰 사랑을 확인한 중태는 극적으로 영해의 마음도 낚아챈다.

KBS2 '깍두기'(극본 이은주, 연출 김원용·23일 오전 10시35분)는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구전 설화 같은 이야기다. 양반가 처녀 현덕(이인혜)과 머슴 각두(고주원)의 사랑이 기본 설정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신선하다.

때는 구한 말. 양반가의 금지옥엽 외동딸로 태어난 현덕은 몸을 씻지 않고 깍두기만 먹고 살아 집안의 커다란 근심거리다. 한편 머슴 각두는 키 크고 잘 생긴 총각이지만 벙어리도 아니면서 생전 입 한번 벙긋 안 하고 살아간다.

현덕이 혼례를 치르기 이틀 전, 두 사람은 가슴 속 묻어 두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현덕은 "그 동안 내가 먹지 않고 씻지 않고 살아 온 것은 혼인하지 않기 위함이고, 그건 순전히 각두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각두는 "입을 열면 누구든 붙잡고 아씨를 좋아한다고 말해 버릴 것 같아 입 다물며 살아 왔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때는 늦어 현덕은 시집가고, 각두도 동학군에 동참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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