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10색. 극장가 최대의 대목인 설을 맞아 10여 편의 색다른 개성의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들이 좋아할 영화,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 액션팬을 위한 영화를 골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어떤 영화를 볼까를 놓고 고민하는 연인이라면 단연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를 추천하고 싶다.
무대는 1978년, 땅값이 오르던 말죽거리. 정문고등학교 2학년인 세심하고 조용한 현수(권상우)와 터프하고 솔직한 우식(이정진)은 '올리비아 핫세 뺨치는' 이웃 여고의 3학년 은주(한가인)에게 단 번에 '필이 꽂힌다'. 1970년대를 복기하는 유하 감독의 솜씨가 제법이다. 과연 은주가 현수에게 갈지 우식에게 갈지를 놓고 내기를 거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유하 감독의 말대로 정말 미인은 양아치를 좋아할까? 은주는 '착한 척하는 바람둥이'라는데.
정통 고급 멜로를 찾는다면 '빙우'도 솔깃하게 다가올 듯하다. 미 알래스카 아시아크 산의 빙벽을 올라가는 등반대장 중현(이성재)과 우성(송승헌)의 모습은 꽤 매혹적이다. 중현은 잃어버린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고, 우성은 이루고 싶었던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사랑하던 사람은 경민(김하늘)이었다. 캐나다 유콘 주의 르웰린 빙하지대 등에서 촬영한 설산의 풍광이 눈길을 빼앗는다.
취향이 독특하신 분이라면 가학―피학 관계의 남녀 연애담을 보는 것도 좋겠다. 여고생 강하영(하지원)이 잘못 걷어찬 깡통 때문에 명문대 법대생 안형준(김재원)의 노예가 된다는 '내사랑 싸가지'다. 인터넷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통통 튀는 상상력이 무기다.
아이들이 곰 인형을 베고 잘 정도로 곰을 사랑한다면 '브라더 베어'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 '사람은 곰에게 어떤 존재일까'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교육 효과도 있다. 까마득히 먼 옛날 북미 대륙, 동물을 수호신으로 삼는 부족이 무대다. 붓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거친 유화풍의 화면과 시원한 원색, 필 콜린스와 불가리아 20인조 여성 합창단이 빚어내는 음악이 잘 어우러졌다.
괴짜 고양이의 대소동을 그린 '더 캣'은 떠들썩하고 화려한 영화다.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말썽꾸기 고양이와 철부지 남매의 장난기가 예측불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볼만하다.
심술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새침데기 샐리(다코타 패닝) 남매는 엄마에게 집안을 깨끗하게 하라는 말씀을 듣는다. 부동산 중개인인 엄마가 직장 상사를 모시고 파티를 열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다란 모자를 쓴 고양이가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혼자 된 엄마를 노리는 옆집 아저씨 퀸이 끼어들면서 집안은 난장판이 된다. 미국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닥터 수스의 동화가 원작이다.
'뮤리엘의 웨딩',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으로 유명한 P. J. 호건 감독의 '피터 팬'은 사춘기 자녀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어린이 동화로만 여겨온 '피터 팬'에 낭만적인 사랑의 판타지를 불어넣었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제레미 섬터)과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열 세살 짜리 웬디(레이첼 허드우드) 사이의 가슴 설레는 사랑을 중심으로 '피터팬'을 다시 만들었다.
한국 남자들이 군대 얘기라면 2박 3일도 세울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미도'(감독 강우석)의 흥행은 의외가 아니다. 하지만 '실미도'는 숨겨졌던 북파공작원 684부대에 관한 역사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중장년팬까지 폭넓게 끌어 안는다.취향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체적 만족감을 줄 만한 영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보기에도 적합학 남성영화이기도 하다.
'페이첵'은 필립 K. 딕의 SF 소설이 원작으로 미래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정작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바람에 위기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거 기억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철학적 질문 보다는 액션 활극으로서의 매력이 더 크다. 감독이 '첩혈쌍웅'의 오우삼인 탓이다. 수천만 달러의 급여 대신 잡동사니가 든 서류 봉투 하나만을 갖고 기억을 잃어버린 벤 애플렉이 어떻게 '사방의 적'을 물리치는 지가 아기자기한 볼거리.
'라스트 사무라이'는 격앙된 일본에 대한 미움을 누그러뜨리고 보면 볼거리가 많은 액션극이다. 톰 크루즈가 사무라이의 정신에 매료되는 이유가 뭔지 충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웅장한 전투신과 일본식 탐미주의를 흉내낸 화면이 매력적이다. 헝클어진 머리, 갑옷마저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톰 크루즈. 대체 뭘 입어야 멋지지 않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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