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 500여명이 발표한 성명서는 현 우리 경제상황에 비추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 성명서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성명서는 "정부의 경제 리더십 실종과 기업하고자 하는 의욕의 추락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죽어가고 있고, 빈곤층의 확대와 가난의 대물림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는 경제라는 특정분야의 관련 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경제 시국선언'인 셈이다.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우선'을 강조했지만, 주요 경제·경영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번 성명서는 말하고 있다. 성명서는 "리더십은 우왕좌왕, 인기영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정치권과 이해단체는 제살 뜯어먹기식의 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나쁘지는 않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은 경기의 회복세다. 하지만 서민들의 느낌은 다르다. 경기가 풀려도 그것을 느끼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은 일반적인 추세로 개선의 기미가 없다. 그럼에도 정부측 차원의 대책은 별로 안 보인다. 국민들이 정부의 경제대책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갖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노 대통령은 어제 재벌총수 등과 오찬모임을 가졌다. 중요한 것은 모임 자체가 아니다. 이제는 그것을 통한 서로간의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교수들의 성명서는 우리 경제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한다. "현실과 유리된 학원이 뭘 안다고"하기엔 우리 상황이 너무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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