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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소사, 존슨 그리고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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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스포츠 포커스]소사, 존슨 그리고 이상훈

입력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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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은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전력감으로는 최상급입니다. 하지만 나이(33)로 보아 그리 오래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SK가 득일지 몰라도 2∼3년 후에는 LG의 이득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상훈이 프로야구판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하곤 팀을 옮긴 후 팬들이 보인 반응 중에 눈에 띄는 한마디들이다.그를 떠나 보낸 LG를 비난하는 소리가 많고 힘내라는 성원도 있지만 앞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한 이야기를 제시한 것은 필자도 비슷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긴 머리와 강한 개성을 지닌 이상훈은 LG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아 은퇴할 때까지 서울팀의 터줏대감으로 남아 있을 듯 싶었다. 하지만 이상훈이 이순철 신임 감독의 "전지훈련지와 라커룸에 기타를 갖고 오지 말라"는 지시를 거부한 탓에 충돌과 파문이 빚어졌고, 이는 아무리 보아도 LG가 그의 능력을 감안해 그를 정리하려는 방침을 미리 세웠던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기타 연주' 논란은 구단의 방침에 때 맞춰 불씨 노릇을 한 셈인데,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던 이상훈은 SK 입단을 발표하던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순철 감독님과 오해를 풀지 못해 아쉽다. LG 팬들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구단에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시원하게 매듭을 지었다.

이제 33살의 이상훈이 할 일은 오로지 지난해보다 나아진 능력을 보여주는 길 뿐이다. 만일 그가 지난해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면 이번 사태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의 단체 생활에서 우리보다도 엄격한 면이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상훈과 같은 파격적이고 개성있는 선수들이 간혹 눈에 띄는 것은 오직 발군의 실력 때문이다.

최장신에 험한 인상을 지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좌완 랜디 존슨은 골초다. 선수 라커룸에서도 유독 그 혼자 담배를 핀다. 시카고 컵스의 강타자 새미 소사는 라커룸에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 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그 것도 다른 선수들은 귀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쾅! 쾅!' 틀어놓고.

라커룸은 밀폐된 공간이어서 절대 금연 구역이고 시끄러운 소리는 당연히 금지된 장소이지만 그들은 구단과 계약할 때 강력하게 요구해 허락을 받아내고 담배와 생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존슨이나 소사가 워낙 기량이 출중한 팀의 리더로 구단의 양해를 받은 터여서 다른 선수들은 유구무언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상훈은 실력만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일본, 미국에 이어 우리 땅에서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올 가을에 SK가 웃을 지, LG가 홀가분해 할 지는 그의 노력과 몸가짐에 달려 있다. 애지중지하던 긴머리까지 잘랐다니 기대를 걸어볼 만도 하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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